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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해 구호와 모금 활동 민간 단체인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회장 송필호)에 대한 행정안전부 의 통제를 크게 강화하는 내용의 재해구호법 개정안에 대해 재해구호협회 쪽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재해구호협회 이사진과 배분위원들은 1일 성명을 발표해 “최근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재해구호법 개정 움직임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며 “배분위원회 임명 조항, 사업 계획과 예산 안에 대한 행정안전부의 사전 승인 등 개정안 내용은 행안부가 희망브리지를 산하기관처럼 만들려는 의도로밖에 달리 해석할 길이 없다”고 비판했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현 환경부 장관)이 대표발의해 최근 국회에 상정된 ‘재해구호법 일부개정 법률안’은 재해구호협회 배분위원회에 행안부 장관이 지명하는 사람 등이 대거 참여하고, 재협의 사업 계획과 예산안을 회계연도 시작 2개월 전까지 행안부 장관에게 제출해 승인받도록 하는 것 등을 뼈대로 하고 있다.

  이 성명은 “국민 의연금의 모집과 관리, 배분에 정부가 관여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국민 성금을 정부가 예산처럼 사용하고 국민이 낸 귀중한 성금을 선심용 또는 정치적 목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라고 지적하고 “이번 법안이 각종 독소 조항을 삽입해 희망브리지를 정부 산하기관 으로 전락시키려는 것은 민간 중심 구호 활동의 큰 원칙에 위배될 뿐 아니라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성명은 “국민 성금을 정부 예산처럼 사용하려는 법 개정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필요하면 정부, 재해구호협회,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공청회를 열어 법안 내용에 대한 심도 있는 토론을 벌이라”고 제안했다.

 재해구호협회 이사진과 배분위원에는 보건복지 분야 전직 장관, 변호사, 대학교수, 여성단체,  시민 단체, 교육단체, 종교단체 대표들 뿐 아니라 KBS, 연합뉴스, YTN, 한겨레신문, 중앙일보, 국민일보 등 언론사 현직 사장들도 다수 참여하고 있다. 

 성명은 이와 함께 “지금 시급한 것은 각종 재난재해에 대한 더욱 효과적인 대응 방안 마련을 위해 정부와 민간이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짜내는 일”이라며 “이번 기회에 재해재난 극복을 위한 건설적 이고 미래 지향적인 민관 협력 시스템을 정비하기 바란다”고 권고했다.

 한편 재해구호협회 쪽은 “지난 60년간 정부 보조금 한 푼 받지 않으면서 최소한의 경비로 1조5천억 원의 성금을 모아 배분하고 2천500만 점의 물품을 지원해온 순수 민간 단체를 행정안전부가 완전히 장악하려 하고 있다”면서 “이번 법안은 국민 성금을 세금처럼 쓰기 위한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재해구호협회는 “그동안에도 재협은 의연금품 배분, 회계 감사 보고 등 모든 업무를 행안부와 일일이 협의해서 진행하고 있으며 수시로 행안부의 사무검사를 받고 있다”며 “그런데도 행안부가 ‘재협이 법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말을 퍼뜨리는 것은 희망브리지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유포해 법안 통과에 유리한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치졸한 여론몰이“라고 비난했다.

 재협은 ‘행안부의 2020년 수검 결과 지적사항을 대부분 수용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 ”월 13만원 주차수입 관리를 위해 수천만원씩 들여 자동 관리 시스템을 도입하라는 등 과도한 지적과 무리한 법 해석에 기초한 지적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라며 “행안부는 재협의 이유 있는 항변을 검토해 지적 사항을 바꾸거나 완화해야 하는데도 털끝만큼도 물러서지 않고 지적사항을 인전하는 서명만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재협은 이번에 국회에 상정된 재해구호법 개정안의 ‘배분위원회 구성 조항’ 및 ‘의연금 운용계획 및 예산안을 회계연도가 시작되기 2개월 전까지 행안부 장관에게 제출해 승인을 받도록 한 조항’ 등에 대해 ”행안부가 국민 성금을 마음대로 사용하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조항“이라고 비판 하고 있다.

 법안 개정안은 배분위원회 구성과 관련해 ‘위원장 1인, 부위원장 1인을 포함해 20인 이내로 하고,  재해구호협회, 모집 허가를 받아 의연금을 모금한 모집기관(재협 제외), 행안부 장관 등이 지명하는 사람이 각기 과반수를 넘지 않도록 한다’고 규정했다. 이에 대해 재협은 “의연금 모금 허가는 행안부 권한이므로 ‘의연금 모집기관’에서 참여하는 배분위원들은 당연히 행안부의 입김 아래 놓이게 되며 행안부 장관이 직접 지명하는 사람들까지 포함하면 결국 행안부는 배분위원 3분의 2 가량을 장악 하게 된다”며 “이것은 복잡한 수학이 아니라 간단한 산수 문제로, 이것이 바로 ‘배분위원 다양화’라는 구호에 담긴 행안부의 속마음이자 지향점”이라고 비판했다.

 재협은 특히 “보건복지 분야 전직 장관, 변호사, 대학교수, 여성단체, 시민단체, 교육단체, 종교단체 대표들 뿐 아니라 오랜 세월 언론계에서 경험과 연륜을 쌓은 언론사 현직 사장 등의 판단력은 믿지 못하고 꼭 행안부 장관이 지명한 사람들이 배분위원을 맡아야 전문성과 투명성이 보장된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무엇이냐”고 물었다.

 재협은 또 개정안에 ‘벌칙 적용 시 공무원 의제’ 조항을 신설한 것에 대해 “재해구호협회를 꼼짝달싹 못하게 옥죄기 위한 장치의 정점에 있는 독소조항”이라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재협은 “공무원 의제 규정은 기본적으로 ‘행정기관 위탁 업무 종사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국민 성금을 모금하고 관리하는 일은 그 어떤 업무보다 공정하고 투명해야 마땅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민간이 수행하는 재해재난 구호 활동을 ‘행안부 수탁 업무’로 보는 것은 매우 그릇된 인식”이라고 꼬집었다.

 재협은 “이번 법률 개정안이 지닌 문제점은 재해구호 활동을 ‘행안부 수탁 업무’로 보는 시각에서 출발하고 있다”며 “이런 잘못된 생각을 기초로 재해구호협회를 행안부 말을 무조건 따르는 산하기관 으로 만들려는 장치가 법률 개정안 곳곳에 촘촘히 박혀 있다”고 비판했다.

 행안부는 지난 2006년 재협의 의연금 배분 권한을 소방방재청이 갖도록 법률을 개정하려다 무산 됐으며, 2017년에는 기획재정부를 움직여 정부 출연금이 전혀 없는 재해구호협회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려다 요건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행안부는 지난 2018년에도 재협의 배분위원 회에 행안부 장관이 지명하는 사람들이 대거 참여하도 록 하는 것 등을 뼈대로 하는 재해구호법 개정안을 내놨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법안 개정을 포기 했는데, 이번 개정안은 당시 개정안과 거의 비슷한 내용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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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1-06-07 12: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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