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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용기 내서 반소매도 입어볼래요” - [인터뷰] 은둔환자 의료지원 신청자 설지수 양과 어머니 - 치료 후 당당한 직장인으로 활기찬 20대 시작 - 우리 사회는 아직 따뜻…보답하고자 나눔도 시작
  • 기사등록 2021-11-23 10:5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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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한봉협과 KMI한국의학연구소, 헬스경향이 공동주관하고 있는 "은둔환자 의료지원 캠페인" 사업이 올해로 4년째 진행되고 있습니다. 2022년 사업종료를 앞두고 서서히 성과들이 나타나고 있어서 많은 뉴스 중 오늘자 기사를 공유드리오니 앞으로도 응원과 관심 부탁드립니다."알을 깨고 한 걸음, 함께해요 세상 속에서" 이 사업의 슬로건입니다.

 ** 이 기사는 은둔환자의료지원캠페인을 함께 운영하는 헬스경향의 장인선 기자가 인터뷰한 기사를 다시 게재한 것입니다. 

http://www.k-health.com/news/articleView.html?idxno=56585



한강수병원 권민주 원장은 “지수 양은 참 모범적인 환자였다”면서 “긴 치료과정을 불만 없이 잘 따라와준 덕분에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요즘은 일하는 게 가장 행복해요. 기회 되면 운전도 꼭 배워보고 싶습니다.”

설지수 양은 요즘 부쩍 하고 싶은 것이 많아졌다. 딱 20대 청춘답다. 가장 큰 변화는 여름에 반소매를 입어볼 용기가 생겼다는 것.

지적장애인 설지수 양은 왼팔에 선천성모반(선천적으로 멜라닌세포가 표피, 진피에 증식해 색소성모반이 발생하는 질환)을 갖고 태어났다. 성장하면서 모반이 점점 커지고 색도 짙어져 한여름에도 토시를 끼고 다녀야 했다고. 하지만 2019년 8월 은둔환자 의료지원사업 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성공적으로 치료를 마쳤으며 홀트학교(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특수학교) 졸업 후 바로 취업에 성공, 누구보다 활기찬 20대를 시작할 수 있게 됐다.

햇살이 유난히 따사로웠던 지난 15일. 설지수 양이 치료받은 한강수병원에서 그와 어머니를 만났다.

- 은둔환자 의료지원사업을 알게 된 계기는.

설지수 양 어머니(이하 어머니) : 평소처럼 ‘일산아지매(경기도 고양시에 사는 엄마들의 온라인 커뮤니티)’를 열심히 살펴보고 있었다. 그러던 중 누군가 게시글에 올려놓은 은둔환자 의료지원사업 포스터를 보게 됐다. 너무 좋은 사업이라는 생각이 들어 일단 용기를 냈는데 대상자로 선정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

- 지수에게도 많은 용기가 필요했을 것 같다. 어떻게 설득했나.

어머니 : 겉이든 안이든 사람은 누구나 상처 하나쯤은 다 갖고 있다. 그 상처는 결국 사람들과 부딪히면서 사회 안에서 치유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수도 더 늦으면 안 될 것 같았다. 다행히 지수가 흔쾌히 따라와줘 정말 고마웠다. 계절에 맞는 옷을 입고 또래와 어울리는 등 다른 사람처럼 평범한 일상을 누리고픈 마음이 내심 컸던 것 같다.



수술 후 관리까지 성공적으로 마친 설지수 양의 팔. 설지수 양은 “내년 여름에는 용기 내서 꼭 반소매를 입어볼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 치료기간도 꽤 길었을 텐데. 치료과정은.

어머니 : 2019년 은둔환자 의료지원사업 대상자로 선정된 후 올해 1월까지 한강수병원에서 치료받았다. 허벅지 살을 팔에 이식하는 수술을 받았으며 피부이식수술 후에는 흉터치료를 위해 레이저시술을 꽤 오랫동안 받았다. 한강수병원 권민주 원장님의 세심한 치료와 관리 덕분에 수술부위도 잘 아물고 있는 상태다.

- 치료받으면서 힘든 점은 없었는지.

설지수 양(이하 지수) :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팔을 가진 내 모습, 여름에 반소매를 입은 내 모습을 생각했다. 치료 후 펼쳐질 삶을 상상하니 오히려 하루하루 힘이 났다. 보습제도 꼬박꼬박 챙겨 바르면서 더 열심히 관리했다. 무엇보다 치료받을 수 있게 도움을 준 분들을 생각하면 힘을 내지 않을 수 없었다.

어머니 : 평생 올까 말까 한 기회에 저와 지수가 선택받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도 감사한데 KMI, 한국자원봉사협의회, 헬스경향, 한강수병원 등 이 사업을 이끄는 모든 분이 우리에게 힘을 실어줬다. 이 분들의 노력을 생각하니 매 순간이 소중하고 감사했다. 정말 다시 한 번 깊이 감사드린다. 수술 후 아픈 내색도 하지 않고 병원에 오기 싫다고 짜증 한 번 낸 적 없는 지수에게도 참 수고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 취업에도 성공했다고 들었다. 현재 하는 일은.

지수 : 올해 3월부터 경기도 봉일천고등학교 행정실에서 일하고 있다. 장애 학생들의 등하교부터 선생님들의 사무보조까지 다양한 일을 한다. 하루 4시간이지만 요즘 내 삶의 낙(樂)이다.

어머니 : 경기도교육청에서는 일 년에 한 번씩 지역 학교를 대상으로 장애인 채용전형을 진행한다. 지수가 다닌 홀트학교(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특수학교)는 자립이 목적으로 학기 중 사회생활 훈련을 한다. 그간 쌓은 경험을 발판으로 지수가 기회를 잘 잡은 것이다. 서류부터 면접, 실습까지 총 3차례의 채용절차를 거친 후 당당히 합격했다. 큰 효도선물을 받은 것처럼 기뻤다.



권민주 원장은 마지막까지 지수 양의 팔을 꼼꼼히 살피면서 수술 부위 색이 짙어지는 등 눈에 띄는 변화가 있으면 망설이지 말고 바로 병원을 찾을 것을 당부했다.

- 은둔환자 의료지원사업에 함께 하면서 느낀 바가 있다면.

지수 : 나 자신을 발전시킬 수 있는 아주 좋은 계기가 됐다. 요즘은 그저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팔로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어 행복하다. 여기까지 올 수 있도록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어머니 : 우리 사회에는 아직 따뜻하고 좋은 분들이 많다는 걸 느꼈다. 물론 개인마다 상처의 종류와 깊이는 모두 다르겠지만 일단 사회로 나와 사람들과 소통하면 길이 보인다. 정말 인생이 달라질 수도 있다. 실제로 이 사업을 만나면서 지수가 건강해진 것 외에도 개인적으로 좋은 일이 많이 생겼다. 다른 환자들에게도 용기 내 이 사업의 문을 꼭 두드려보라고 얘기하고 싶다.

- 왠지 내년에도 좋은 일이 많을 것 같다. 앞으로의 계획은.

지수 : 지금처럼 행복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내 일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또래 친구들도 많이 사귀면서 외모 꾸미는 데도 관심이 늘었는데 기회 되면 귀도 뚫어보고 싶다(웃음).

어머니 : 지수가 건강한 모습으로 사회에서 제 몫을 할 수 있게 돼 정말 감사하고 기쁘다. 우리가 받은 감사함을 되돌려주고자 소액이지만 지수와 지수 동생 이름으로 월드비전에 기부를 시작했다. 앞으로도 우리 선에서 할 수 있는 나눔활동을 많이 찾아볼 계획이다. 세상은 아직 따뜻하다. 내 아이들도 누군가에게 베풀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해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했으면 좋겠다.

출처 : 헬스경향(http://www.k-healt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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