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자원봉사협의회 상임대표

저는 지난 삼십여 년간 인천 공단에서 제조업체를 창업하여 꾸려오는데 모든 힘을 쏟아온 사람입니다. 제가 한봉협 상임대표가 되고 나니 제 어머님께서 ’네가 이제 데뷔하는구나‘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말씀이 맞는 듯합니다. 그래서 ’자원봉사계’ 의 제 나이는 이제 만 두 살입니다. 

제가 사업을 하며 경험한 세상에서는 소비자들을 생각하고 댓가를 바라지 않고 그들을 위한 제품 개발에 힘쓰다 보니 나름 ‘성공’ 했다는 말도 듣고 있습니다. 가슴으로 사업을 해 왔고, 그래서 바이어들이나 벤더들, 그리고 회사 직원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들으며 행복하게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한봉협 상임대표를 맡고부터는 제가 경험해온 세상과 전혀 다른 세상을 접하면서 크게 당황하고 있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상황들에 맞닥뜨리다보니 제대로 대응하지도 못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살아온 세상은 ‘배려’와 ‘신뢰’가 성공방정식이 되는 세상입니다. ‘자원봉사계‘ 에서도 같은 성공방정식이 작동할 것이라는 상식적인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제가 아직 이해를 잘못하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 자원봉사센터협회는 한봉협에 보낸 공문에서 ‘(한봉협의) 리더십의 부재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라고 지적했습니다. 저를 겨냥한 표현이겠지요.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지난 2년동안 리더십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고, 한봉협의 방향도 제대로 제시하지 못했고, 회원단체들이 무엇을 아쉬워하는지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니 ‘리더십의 부재(빈곤)‘ 이라는 지적에 대해 수긍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질문이 많은 아이였습니다. 엉뚱한(?) 질문들을 많이 하다 보니 어른들께 꾸지람도 많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버릇은 칠십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고쳐지지 않습니다. 제가 한봉협 상임대표로 취임하던 날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이 두 가지였습니다.

“자원봉사란 무엇인가?” “협의회는 무슨 역할을 하는 단체이고, 그래서 한봉협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자원봉사에 오래도록 헌신해 오신 회원단체 대표님들은 잘 알고 계실 이 간단한 질문들에 대하여 지난 2년간 생각하고 또 생각해 보아도 아직도 제대로 답을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해하는 ’자원봉사’ 와 ‘현실’과의 괴리가 커서 자꾸 여러 가지 질문들이 떠오릅니다. 

그래서 함께 답을 찾기 위해 제 머릿속에서 풀리지 않는 ‘과제’들을 여쭈어 나가려고 합니다. 한봉협 내에 연구소를 차리려고 하는 것도 떠오르는 여러 가지 질문들에 대한 대답들을 찾기 위해서입니다. 우선, 한국자원봉사신문, 단톡방 등을 통해 질문을 하겠습니다. 그리고 한 달에 한 번 정도씩 오프라인으로 모여 질문에 대한 대답들을 찾아보려고 합니다.

 한국자원봉사센터협회에서 보내온 거친 공문들, 그리고 우리나라 자원봉사 활성화를 위해 많은 기여를 해온 중앙일보로부터의 경고 메시지 등이 지난 2년간 고민해 오던 문제들에 대하여 공개적인 논의의 장을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직접적인 동기입니다. 제가 납득하기 힘든 일들이 너무 많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2년간 온 세상을 마비시켰던 코로나도 이제는 ‘코로나와 함께 살아가기’로 전환되어가고 있으니 서로 얼굴을 맞대고 상의할 수 있는 분위기는 만들어져가고 있습니다. 긴 글을 올려 불편하게 해 드리나 걱정도 됩니다만, 이 모두가 사람 사는 세상의 일이라 좋은 결과를 만들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겠습니다. 

                                                          2022년 7월에                                                                                                                     라 제 건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