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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 한화솔루션 고문

- 현 학교법인 북일학원 이사장

- 산문집 ”시간 길어 올리기"

- 전 대한일보, 동아방송 기자






 




*“10cm” 1인 인디 밴드의 이름으로 한국 대중 음악계의 아이콘이다.  통상 “십 센치”라고 부른다. 2010년 두 명이 시작했는데 지금은 마흔 살의 권정열이 혼자 부른다. “아메리카노”, “스토커”, “봄이 좋냐??”, “방에 모기가 있어“ 등등 도전적 제목의 수많은 히트 곡을 냈다. 그 중 하나 ”담배 왕 스모킹“의 가사 일부는 이렇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늦은 밤 잠들 때까지

온몸으로 불을 붙일게(중략)

이 향기는 진리요 전 세계를 불 태우리

하얀 재 꽃 피우고 다 웃으며 죽어가자(중략)

황혼에서 새벽까지

시작부터 멸망까지

온몸으로 불을 붙일게

온몸으로 불을 붙일게

I love KT&G“

 


애연가는 크게 줄어드는 것 같지 않은데, 담배의 해독이 화두처럼 되어버린 세상을 비웃는 듯한 도전적인 가사다. 단순히 '담배 예찬' 이라고 보기도 그렇고 담배의 순기능을 강조하는 역설 같기도 하다. 아무튼 이제는 아주 오래전부터 비흡연가가 된 선배로서는 쉽게 가슴에 닿지 않는 컨텐츠다.

 

*노랫말에 담배가 들어간 노래는 무척 많지. 담배와 술이 가사에 들어간 대중가요를 청소년 유해 매체물로 심의 대상에 삼았던 적도 있었지만 유행가나 팝송일수록 담배는 사랑과 이별, 낭만과 허무를 대체하는 언어로서 가사를 끌고 가는 매력적인 소구력을 가진다. 그래서 노래에 많이 등장한다.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내 뿜는 담배연기 처럼 작기만 한 내 기억 속엔 무얼 채워 살고 있는지---“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나, 


”미련 없이 내 뿜는 담배 연기 속에 아련히 떠 오르는 그 여인의 얼굴은--“ 최희준의 오래 전 노래 ”진고개 신사“도 마음을 파고 드는 노래들이다. 송창식의 ”담배가게 아가씨“같은 신명나는 노래도 있지. 


사랑의 불꽃이 꺼지고 그 연기가 눈에 스민다는 가사가 제목인 플랫터즈가 부른 올드 팝 ”Smoke gets in your eyes“는 내 가슴에는 아련한 추억으로서의 담배 연기로 남아 있다. 


1961년에 보비 에드워드란 가수가 불러 히트한 그야말로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팝송, ”당신 때문에 잠 못 이루네(You’re the reason)“는 내 아껴 듣는 노래 중 하나다. ”담배를 피우고 smoke cigarette, 커피도 마셔 보지만 drink coffee too, 당신 때문에 잠 못 이룬다 You’re the reason I don't sleep at night“ . “화랑 담배 연기 속에 사라진 전우야"-는 군가 중의 군가다.

 

제목과 가사에 나오는 담배가 나오는 노래를 대충 추려 보아도 몇 페이지는 될 거다. 어디 노래 뿐이랴. 알베르 카뮈가 꽁초를 문 채 코트 깃을 세우며 걸어가는 사진은 실존주의 문학의 기호(記號)같다.

 

가느다란 시가 꽁초를 비스듬이 물고 미간을 찌푸린 채 어딘가를 째려보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황야의 무법자' 시리즈는 마카로니 웨스턴 영화 그 자체다.” 


*그런 담배가, 이제는 담배 갑에 인쇄된 끔찍한 사진처럼 혐오의 대상이다. 담배 때문에 망가진 폐나, 인후 등등의 사진, 꼬부라진 담배 그림으로 성기능을 희화화 시킨 사진들은 애연가에게는 더 이상 자극이 되지 않는 모양이다. 수모와 고난을 굳굳하게 버티고 그들은 오늘도 힘껒 빨아댄다. 아, 전자담배도 많이 있으니 선택의 폭은 오히려 더 넓어졌다.


오늘 얘기 하고 싶은 것은 노래와 담배 가사의 얘기가 아니다. 바로 담배 얘기다. 담배처럼 극과 극을 오가는 사람들의 애증의 대상이 있을까? 대부분의 나라가 금연 정책을 강력하게 밀고 가지만 아직 중국과 북한 만은 담배에 가장 진취적인 나라 같다. 

 

*세상에서 제일 쉬운 일이 무엇이냐 물어보면 이쯤 되면 짐작하실 이들이 많을 것 같다. 담배 끊는 일이다. 아마도 모든 애연가들은 담배 끊기를 수없이 시도 했으리라. 오늘 아니 일주일, 열흘, 한 달 끊고 다시 피웠다가 또 끊고, 새해 아침이면 또 끊고 그렇게 쉬운 게 담배 끊는 일이다. 

 

*도심 빌딩 사이에는 어김없이 흡연구역이 있다. 그런데 흡연구역이 아닌 곳이 비공식 흡연구역이 되는 경우가 많다. 빌딩 사이 후미진 곳이 바로 그 곳이다. 문제는 흡연구역에는 그나마 재떨이가 어떤 식으로든 갖춰져 있는데 비공식 흡연구역에는 재떨이가 있을 리 없다. 


꾸역꾸역 담배를 피워 대는 남녀 애연가들은 어정쩡한 포즈로 흘금거리면서 뒷정리를 하고 자리를 뜬다. 꽁초를 버리는 것으로 피우는 사람 개인의 문제는 해결되지만, 문제는 간단치 않게 크게 번질 수 있다는 데 있다. 도심 물난리의 주범, 하수구를 막히게 하는 원흉의 하나가 담배꽁초가 된 지는 이미 오래다. 


그 문제의 알맹이는 버리는 사람 따로 있고, 치우는 사람 따로 없다는 것이다. 오늘 글은 준엄한 도덕주의자 처럼, <바르게살기운동> 본부 간부 인양 마무리하고 싶다. 그대들이 담배를 피우는 자유를 누리신다면, 비흡연자가 길거리, 하수구에 널브러진 꽁초를 보지 않을 자유도 있다는 것을 상기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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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09-01 18: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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