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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봉사교육이 필요한 이유 - 자원봉사를 통해 배울 수 있는 3가지, 자유 주인 정신 더불어 성장 - 청년세대의 나침반 같은 역할을 해주는 자원봉사 교육
  • 기사등록 2024-04-29 09:4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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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제건 한국자원봉사협의회 상임대표





자원봉사 교육이 필요한 이유



2020년 6월, 한국자원봉사협의회 상임대표로 선출되었을 때 나는 취임사에서 ‘자원봉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몇 년간의 고민 끝에 자원봉사 교육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믿음이 생겼다.


 

자원봉사란 무엇인가



자발성이 핵심인 자원봉사는 ‘하거나’ ‘하지 않을’ 자유가 당연히 있어야 한다. ‘하지 않을 자유’가 없다면 이미 자원봉사가 아니게 된다. 자원봉사가 정말로 자원봉사일 수 있으려면 ‘왜 하는지’ 반드시 그 이유가 있어야 한다. 인생의 출발 지점에 있는 청년, 청소년, 어린이들에게 무조건 ‘좋은 일이니까 해야 한다’, 혹은 ‘해보면 안다’가 아니라, 스스로 던지는 질문과 대답, 진지한 교육과 경험을 통해 자원봉사와 만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또 자원봉사정신은 어릴 적부터 가정에서, 학교에서 그리고 사회에서 자연스럽게 보고 배워서 스며들게 해야 한다. 



질서를 지키고 공중도덕을 지키는 것이 몸에 배어 의식조차 하지 못하는 것처럼 자원봉사도 그렇게 일상생활 속에 배어들도록 해야 한다. 정리하자면, 자원봉사에 대해 한편으로는 ‘왜’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도록 하고, 또 한편으로는 자연스러운 경험을 통해 몸에 배도록 하는 두 가지 교육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2024. 3. 20(수)  「자원봉사 공론회」에서 주제발제하는 라제건 상임대표/ 연세대학교 라제건 홀


자원봉사에 대해 여러 가지로 정의에서, 어디에서나 빠지지 않는 두 가지 기본적인 요소는 ‘자발성’과 함께 ‘무대가성’이다. 대가 없이, 자발적으로 한다는 점에서는 종교활동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종교의 가르침을 따라 열심히 나누고 봉사할 때는 마음이 든든하고 안심이 될 것이고, 그러지 못했을 때는 죄책감을 느끼거나 불안하기도 할 것이기 때문에 ‘아무런 대가 없이’라고 말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자원봉사도 마찬가지이다. 정신적인 보상까지를 포함해서 ‘대가’의 범위를 넓게 잡는다면, 자원봉사는 “결과적으로 경제외적인 대가가 주어지는, 자발적인 행동”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의 욕구는 대가를 얻기 위한 동기만으로 설명될 수 없다. 자원봉사는 ‘더 나은 인간이 되고자 하는’ 성장 욕구에서 비롯되며 자기성숙으로 발전하는 동기를 부여한다. 그래서 젊은 세대에게 자원봉사를 가르친다는 것은 그들이 결핍 욕구에 갇히지 않고 성장과 성숙을 추구할 수 있도록 ‘더 나은, 다른 세상’을 보여주는 일이기도 하다.



사회적 책임감의 측면에서 말해볼 수도 있겠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라고 불리는 행동의 동기에 대해 에드워드 밴필드(Edward Banfield)는 ‘Time Horizon(시간지평)’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사회 최상위 계층의 사람들은 다른 계층의 사람들에 비하여 긴 Time Horizon을 가지고 있어서 자신뿐 아니라 후손들의 삶을 위하여 오늘의 행동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Time Horizon이 길다’는 표현은 ‘자신이 살아가는 사회에 대한 주인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 아닐까 싶다. 

 

 

자원봉사 수요와 공급의 오묘한 섭리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원봉사를 이야기할 때 자원봉사가 얼마나 필요한지 봉사의 ‘수요’를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수요에 어떻게 대응할까’를 생각하다보면 어떻게 봉사자들을 조달할 것인가인 ‘공급’을 마련해야 하게되고, 그러면 자발적 참여가 아니라 물자와 인력을 ‘동원’해야 상황을 맞게된다. 그러다 보면 자원봉사의 본질에서 멀리 벗어나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이 아닐까. 



자원봉사를 바라보는 시각은 공급자인 자원봉사자들을 중심으로 바라보는 것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사회복지는 국가의 복지 수요를 파악하여 국가의 재원 중 얼마를 어디에 배분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지만, 자원봉사의 접근 방법은 그와는 달라야 한다. 즉, 자발적으로 자원봉사에 참여하겠다는 사람들이 먼저 나서고, 그들을 통해 무슨 일을 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들이 무슨 일을 하고자 하는가를 살펴야 한다. 법과 제도에 따라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하는 정부의 사회복지 정책과 같은 시각에서 자원봉사에 접근하다 보니 민간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자원봉사 활동과 혼동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아 걱정이다. 



경제학에서는 수요곡선과 공급곡선이 교차하는 곳에서 가격이 결정되고 거래가 이루어진다고 한다. 그러나 이세상에는 경제학의 수요와 공급 이론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사람들에게는 생존본능의 일부인 것 같기도 한, ‘서로 돕고 사는 DNA’가 있는 것 같다. 이것이 자원봉사의 공급을 가능하게하는 오묘한 세상의 섭리가 아닌가 싶다.


26일 태안유류피해극복기념관에서 개최된 「온기나눔 캠페인」 범국민 추진본부 3차 회의에서 "생애주기별 자원봉사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발언하는 라제건 상임대표(사진 가운데),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사진 왼쪽)


자원봉사를 통해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



자원봉사를 통해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들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자유에 대해 배워야 한다. 각자가 자유롭고 독립적이며 주체적인 사람인 것을 깨닫도록 도와야 한다. 나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남의 자유도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여 나의 자유는 남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멈춰야 하는 것을 배워야 한다. 그리고 자유로운 사람들이 모여서 합의를 도출하고 협력하는 것을 배워야 한다.



둘째, 주인정신을 배워야 한다. 자기 자신에 대한 주인의식에서 출발하여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주인이 바로 나 자신이라는 것을 배워야 한다. 우리는 어항에서 살아가는 물고기와 같다. 물이 오염되지 않도록 늘 함께 노력하지 않으면 나도 남들도 살아갈 수 없다. 우리는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는 공동운명체이기 때문이다.



셋째, 남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자신의 성장과 행복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배워야 한다. 자원봉사는 스스로의 자유로운 선택에 의해 경제적인 대가를 바라지 않고 행하는 민주시민의 덕목이다. 민주시민들이 늘어나면 자원봉사는 자연스레 활성화되고 우리 사회는 보다 아름다워질 것이다.

 


우리는 자원봉사를 통해 배려와 양보, 그리고 기여를 통한 협력을 배울 수 있고, 그 과정을 통해 성장해나가고 행복을 키워나갈 수 있게 된다. 서로 상대를 배려하며 돕는 과정을 통해 보람과 행복을 찾아가는 삶이 가치 있는 삶이라는 것을 자원봉사 활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될 것이다. 서로 신뢰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만들고 이러한 커뮤니티가 점점 확대되면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지금보다 훨씬 아름다운 세상이 될 것이다. 특히 학생들과 청년들이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지’ 방향을 잘 잡을 수 있도록 나침반 같은 역할을 해주는 자원봉사 교육이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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