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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제건 한봉협 상임대표 인터뷰> 

 

             

          

        "교육, 지역조직 확대, 모금 등에 집중할 것"




취임 4년째를 맞고 있는 라제건 한봉협 상임대표는 동아알루미늄(DAC) 말고도 한국걸스카우트 연맹 부총재 등 현 직함만도 4개나 갖고 있다. 작년에 칠순을 넘긴 노장 경영인이자 국내 자원봉사계의 한 축을 맡고 있는 라 대표는 "그동안 별로 한 게 없다"고 겸손해 하면서도 자원봉사가 앞으로 어떻게 나가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독특한 개념정립을 하고 있었다. 인터뷰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일인 지난 10일 오후 광화문에 있는 그의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한국자원봉사신문 편집인 김준범>




라제건 한봉협 상임대표가 한국자원봉사신문 김준범 편집인과 지난 4.10일 광화문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정림 기자>

   

 -한국걸스카우트연맹과는 어떤 인연으로 부총재를 맡게 됐나요?


 “원래 저의 어머니께서 연맹 총재를 맡으셨는데 몇 년 전 어머니 장례식 날 그쪽 관계자 분들이 오셔서 부총재를 맡아주면 어떻겠냐고 해서 맡게 된 것이지요.”

 

-한국자원봉사협의회(한봉협) 상임대표는 지금 몇 년째 맡고 계십니까?


 “2020년 6월이니까 올해로 4년째가 됩니다. 원래 임기는 2년인데 연임하게 된 셈이죠.”

 

-오는 6월이면 만 4년이 되는데, 더 연임하실 생각은 없으십니까?


 “연임 제한은 없지만 이제 그만 해야죠.”

 

-그동안 해 오신 사업 중 보람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솔직히 크게 한 게 없습니다. 지난해 튀르키예 대지진 당시 긴급 텐트 지원사업 등을 하긴 했는데, 그것이 꼭 한봉협이기 때문에 두드러지는 일은 아니었다고 봅니다. 그렇지만 ‘한봉협이 앞으로 어떻게 했으면 좋겠다’ 하는 것은 있습니다. 자원봉사가 무엇이고, 어느 방향으로 흘러가야 하는지를 전파하는 것이 제일 큰 숙제라고 생각하거든요. 제도나 법이 아니라 민간에서 자생적으로 퍼져나가는 동력, 즉 커다란 움직임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최근에는 자원봉사 교육사업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한봉협 상임대표 취임 이후 자원봉사를 ‘왜, 어떻게 해야 할까’ 라는 화두에 몰두해 오다가 최근에 그 해답을 얻으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그것은 새로운 패러다임이라고 불러도 될까요? 궁금합니다.


 “행동에 대한 이유를 알지 못하면 형식만 남는 겁니다. 그러니 자원봉사를 ‘왜 해야 하는가’를 묻게 되지요. 패러다임까지는 아니고 ‘새로운 해석’을 낸 것 뿐입니다. 자원봉사에서 흔히 자발성, 비대가성, 공익성을 특히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 착안했습니다. 자발성에서 자유를, 비대가성과 공공성에서 주인의식과 성장욕구를 찾아낸 것입니다. 



튀르키예 긴급구호 텐트 지원 현장 사진

 세상을 살아가는 데 최상의 가치인 ‘자유’를 ‘자발성의 다른 표현’으로 본 것이죠. ‘주인의식’으로는 비대가성을 설명할 수 있고, 그것이 국가로까지 확대되면 그것이 곧 공공성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죠. 이렇게 자유와 주인정신으로 대부분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또 ‘국가의 운명이 개인의 연장’이라는 개념을 얻기 위해서는 성장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자유 ▲주인의식 ▲성장욕구가 자원봉사라는 큰 개념 속에 담겨 있다고 생각한 것이지요.


 우리가 살고 있는 민주공화국의 요체는 자유와 주인정신입니다. 이 나라의 주인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때 민주공화국이 완성된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이런 측면에서 봐도 자원봉사를 열심히 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까지 해 봅니다.“



    자발성에선 자유를, 비대가성에선 주인의식을, 공공성에선 성장욕구를 

 


-자원봉사에 대한 3가지의 새로운 개념과 함께 구체적인 전략으로는 ▲교육 ▲조직화(지역협의회) ▲모금 등 3가지에 집중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작년 튀르키예 긴급 텐트지원 모금도 성공적이라는 평가인데, 대표께서 모금이라는 것을 처음 진행한 것 아닙니까? 


 “튀르키예의 경우는 타이밍이 잘 맞았지요. 그때가 2월로 찬바람 때문에 얼어 죽는 사람이 속출해 현지 정부에서도 텐트와 물을 요청해 왔어요. 서병철 사무총장과도 모금을 시작해 보자는 얘기를 했었지요. 현재 소속 단체들도 한봉협에 큰 관심이 없지 않나 싶은데, 한봉협 회원으로서 회비를 내고 교류하는 것이 이득이 되도록 하는 방안을 찾고 있습니다. 뭔가 이득이 있어야 회비를 내지 않겠습니까?


 아시다시피 한봉협은 외부 지원이 전혀 없는 민간조직으로 정부기관에서는 할 수 없는, 민간에 반드시 필요한 조직이죠. 한봉협이 어떻게 움직일 수 있는지 생각해 봤을 때, 우선 조직이 제대로 갖춰져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정관 개정, 행안부 승인은 다 받고, 이제 조직하는 과정만 남았죠. 제일 중요한 것은 ‘자원봉사 정신을 확산시키는 것’이 핵심이 돼야 한다고 보고 두 권의 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인터뷰중인 라제건 상임대표


 한 권은 자원봉사를 가르칠 교재용으로 한봉협 부설 자원봉사연구소가 만든 겁니다. 이 책의 내용을 가지고 교육할 수 있는 강의팀을 꾸려나갈 계획입니다. 또 한 권은 연세대학교 철학과 김형철 교수가 집필중인데 곧 출간을 앞두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자원봉사에 대해 이해하면 어떻게 달라질지 알아보기 위해 저희 회사에서 교육을 우선 해 보려고 합니다. 직원들부터 그런 개념으로 무장해야 외부 사람들에게 확산될 것 아니겠어요?“



-현재 각 지자체에 자원봉사센터가 있는데, 한봉협과의 관계는 어떻게 돼 있습니까?


 “지자체에 산재해 있는 자원봉사센터는 사실 ‘사회복지의 전달체계’라고 봅니다. 한봉협과 각 자원봉사센터들 간에는 유기적인 관계가 거의 없어요. 앞으로 자원봉사협의회는 기획조직으로, 자원봉사센터는 실행조직으로 같이 움직이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국내 자원봉사 참여자가 극감하고 있는 추세를 선진국과 비교하면 심각한 수준입니다. 특히 청소년들의 참여율을 높일 수 있는 획기적인 방안이 없을까요?


 “자원봉사를 대학입시에 반영시켜 놓았더니 그동안 (자원봉사를) 억지로 하는 척 해왔던 겁니다. 그러다가 입시에서 자원봉사를 없애자 참여율이 확 빠지게 된 것이죠. 부모나 가족 등 남이 대신 해 주는 ‘대리 봉사’, 면접시험 때 면접관에 거짓말 하는 등의 폐단은 자원봉사자 수가 90%로 줄어들더라도 없어지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이제는 제대로 시작해야 합니다.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에서 벗어나 자원봉사에서 뭘 가르치고, 왜 해야 하는지를 가르쳐야 합니다.” 


 

한국자원봉사협의회 엠블럼


-오는 10월 부산에서 열리는 제27회 IAVE 세계자원봉사대회에서 2022-2023 자원봉사캠핑(볼런티움)의 성과물을 발표한다고 들었습니다. 성과로 발표할 만한 것이 무엇인지요? 은둔형외톨이 인구가 급증하고 있는데, 그 해결 가능성과 볼런티움의 비전을 설명해 주신다면?


 “한봉협이 공공을 위해 해야 될 테마로 ‘외로움’이라는 주제를 정했습니다. 외로움은 사실 노인만이 아니라 남녀노소 모두의 문제이기 때문에 민간에서 움직여야 한다고 보는 것이죠. 정부가 아직 나설 수 없는, 그 중간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외로움이 과거에 비해 심해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노인의 고독사, 청소년 자살율도 모두 외로움과 연결됩니다. 


 외로움의 문제를 줄여주는 것에 자원봉사자가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이를 캠핑과 엮은 것입니다. 사람들은 ‘자연과 함께 도시의 편리함’을 동시에 원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캠핑 인구도 점점 늘어나 100만 명 대에 이르고 있죠. 그런데 캠핑의 진입장벽은 굉장히 높은 편입니다. 이런 캠퍼들이 외로운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 것이 발상의 출발이었습니다. 

 


    ‘외로움’은 남녀노소 모두의 문제로 한봉협 같은 민간단체가 나서야 



 요즘 30~40대들은 사회적 문제에 관심이 많은데, 그 인원과 은둔형 외톨이들을 챙기는 단체들에 협조를 받아 외로운 청년들을 모아서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바로 2년 전 인천의 노을진 캠핑장에 519명이 모였습니다. 외로움을 느끼던 청년들은 잘 챙겨주는 것에 고마움을 느끼고, 캠퍼들은 거기서 보람을 느끼고 크게 만족해했습니다.



2022년 볼런티움(인천 노을진캠핑장)/참가회원단체 단체사진

 캠퍼 자원봉사자들에게 자원봉사 캠핑에 참여하려는 사람들이 와서 도와주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작게 해 놓은 캠핑장도 확대할 계획입니다. 캠핑하고 싶은 사람들이 비교적 쉽게 와서 캠핑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지속 가능한 모델로 만들고자 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자원봉사 관련한 법과 제도는 다 있지만 참여율은 매우 낮습니다. 이렇게 부진한 근본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자원봉사가 우리 삶에 얼마나 좋은 것인지에 대해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는 데 있다고 봅니다. 6.25 전쟁 이후 복지 사각지대를 메워주는 역할들을 미군 등 봉사자들이 많이 했던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원봉사를 소위 ‘취약계층을 도와주는 것’이라고 생각하지요. 그러다가 나라가 부유해지면서 정부 예산으로 충분히 지원해 줄 수 있게 된 거죠. 그러면 이제 역할도 바뀌어야 되잖아요? 그런데 그렇지 않는 겁니다. 복지부와 행안부가 지금도 연탄 나누기나 하고 있으니 얼마나 웃기는 일입니까. <정리=이정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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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04-22 17:2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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