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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성인이 되어 서당을 다니게 된 첫날을 기억합니다. 선생님께 동양학 첫 강의를 들었는데 그 첫머리가 바로 입장(立場)에 관한 것이었지요. 설 립, 마당 장, 서 있는 자리가 바로 입장입니다.



“그 사람이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가 있어?” 라고들 하죠?

“그럴 수 있습니다. 그게 그 사람의 입장인 것입니다.”라고 하셨던 선생님 말씀이 지금도 선합니다. “그게 말이 되?”

“네! 말이 됩니다. 그 사람 입장에서는요.” 라고도 하셨지요.




입장이 다르니 마찰이 생기고 다툼이 생기며 억울함이 축적되죠? 때로 그것은 막을 수 없는 용암처럼 분노로, 폭언으로, 폭력으로 폭발하기도 합니다. 아! 그렇다면 모든 문제는 바로 입장의 차이에서 생긴다! 이런 관점도 있을 수 있겠네요?


이런 잠깐의 사유를 통해 입장이라는 개념만 완전히 통달한다면 혹시 인간세계의 모든 이슈를 몽땅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몰라! 라는 거대한 희망이 꿈틀거리게 됩니다. 이런 게 바로 인문학의 재미이며 흥분되는 점입니다.





모든 관계에는 상대방이라는 것이 있고, 나와 상대는 그 입장이 같기 보다는 다른 경우가 훨씬 많을 것입니다. 한 엄마에게서 태어난 형제도 입장이 다르고, 한 침대를 공유하는 부부마저도 입장이 다르죠. 엄밀히 말해서 모든 인간은 입장이 다 다릅니다. 하긴-내가 만나는 모든 남이 나와 같은 입장이길 바란다면 이건 미련한 욕망이며 애초에 불가능한 미션이겠죠.


비교적 그런 욕망에 부합되는 사회라면 개미집단과 비슷한 것일 겁니다. 더 가까운 것은 바이러스 군체일까요? 같을수록 발전이 어렵죠. 모두 같은 입장에 나란히 서자구! 라고 선동하고 소리치는 집단이 있다면 그게 주로 못된 집단이며 욕심쟁이들일 것입니다. 





그리고 실은 그 소리치는 자신들은 이미 훨씬 더 계란 노른자위 같은 입장에 서서 하위의 사람들에게 그런 절대 평균이니 뭐니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비겁고 무지한 존재들입니다. 입장의 차이라는 건 매우 소중한 것입니다. 차이가 존재하여 우리는 그 상위점을 마찰해가면서 다듬어지고 발전합니다. 자, 우리 앞에 있는 입장들을 봅시다. 알고 보면 아주 재미납니다.


고부(姑婦)간의 갈등이 있나요? 거기에는 시어머니의 입장이 있고 며느리의 입장이 있습니다. 한일전 축구를 보고 있나요? 당연히 한국 입장과 일본 입장이 있겠지요. 부부간에는 남편 입장과 아내 입장이 있습니다.


잠깐,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이 태어납니다. 당신은 입장 전환이 가능한가요? 내 입장에서 상대 입장으로 빠른 전환이 가능하신가요? 어릴 때는 전환 할 생각을 못해서 못하고 나이가 들면 입장이 경직되어서 전환을 못하곤 합니다.


반면 입장 전환이 디딤한 이는 자기 굴 속에서 갇혀 사는 인생입니다. 이 입장 전환이 스무스하고 신속한 이는 어떤 사람일까요? 아마도 착하고 현명한 사람이겠죠?


입장전환에 관한 사자성어도 있습니다. 역지사지(易地思之)-입장 바꿔 생각하라-는 뜻 그대로입니다. 이 역지사지를 어렵지 않게 해내다 보면 나중에는 어떻게 될까요? 당신은 수많은 입장의 주인공이 되어 있을 겁니다. 그만큼 당신의 세상이 광대하게 확대된 것이겠지요.

https://www.ganjingworld.com/video/1g8ned5b6ch3CUTWtURPmLxG11uo1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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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10-30 16:2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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