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객원교수, 철학박사

결혼생활 하는 남자에 관한 우스갯소리다. 남자가 결혼하는 경우의 수를 생각해보면, 자기가 사랑하는 여자와 결혼하지 않는 경우와 결혼하여 사는 경우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앞의 경우, 자신이 사랑하던 여자가 남과 결혼하여 행복하게 살면 내 배가 아프다(시기심 때문에). 

반면에 내가 사랑하던 여자가 남과 결혼하여 불행해지면 내 가슴이 아프다(동정심이 발동하기 때문에). 그런가 하면, 사랑하는 여자와 결혼하여 함께 살면 내 머리가 항상 아프다(흔한 부부싸움 때문에).

이래저래 남자는 결혼생활을 하는 한, 늘 아픔을 감당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소리다. 물론 누군가가 재치 있게 지어낸 우스갯소리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정색하고 받아들이면 다음과 같은 결론도 나올 수 있다. 결혼생활을 하는 남자가 어디가 아프다고 하는가를 보고 위의 어떤 경우에 해당하는지 분명히 알 수 있겠다는 말이다.

어떤 남자가 지금 배가 아프다고 말한다면, 그는 자기가 좋아하는 여자와 살지 않고 있고 그가 사랑하는 여자는 다른 남자와 결혼하여 행복하게 산다는 말이 아니겠는가. 가슴이 아프다고 말한다면, 그런 여자가 다른 남자와 결혼하여 불행해졌다는 말이 되고. 늘 머리가 띵하다고 호소한다면, 어쨌거나 좋아하는 여자와 살고 있다는 말이 된다.

타당한 논리적 추론인 것 같지만, 이 추론은 크게 잘못된 것이다. 예를 들면, 내가 좋아하는 여자가 남과 결혼하여 행복하게 살면 모든 경우에 내 배가 아픈 것이 ‘참(true)’이라고 가정하더라도 그 역이 항상 참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배 아픈’ 원인이 다른 데 있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사촌이 좋은 논을 샀기 때문일 수도 있고, 경쟁 대상으로 여기던 친구가 크게 출세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어쩌면 극히 싫어하던 사람이 국회의원에 당선되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배 아프다’는 말을 복통을 포함하는 의미가 아니라 이처럼 ‘시기심이 발동하여 마음이 심히 불편한 상태’로 국한하더라도 그 원인은 거의 무수하다고 할 만큼 다양하다. 결혼 생활하는 남자가 머리, 가슴, 배 중에서 어디가 아픈가만 갖고서는 그 고통의 원인을 분명히 파악하기 어렵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여름에는 아이스크림이 엄청나게 잘 팔린다. 반면에 한겨울의 아이스크림 판매량은 대체로 매우 저조하다. 한여름에는 익사 사고도 다른 계절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많이 발생한다. 대조적으로 겨울의 익사 사고는 극히 드물게 일어난다. 

아이스크림 판매량과 익사 사고에 관해 통계조사를 해본다면 이 둘 사이에는 상당히 높은 상관관계가 나타날 것이다. 아이스크림이 많이 팔릴 때는 익사 사고도 많이 발생하고, 아이스크림이 적게 팔릴 때에는 익사 사고도 적게 발생할 것이다.

그렇지만 이처럼 아이스크림 판매량과 익사 사고 건수 사이에 아무리 높은 상관관계가 있더라도 이 둘 사이에는 아무런 인과성도 성립하지 않는다. 아이스크림을 많이 팔았기 때문에, 그것이 원인으로 작용하여 사람들이 물에 빠져 죽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말이다.

아이스크림 판매량이나 익사 사고 건수는 오히려 날씨와 연관성이 높다. 날씨가 더우니까 너도나도 아이스크림을 사 먹는다. 날씨가 더우니까 너도나도 물에서 더위를 피하려 하고, 그러다 보니 물에 빠져 죽는 사람도 많이 생겨나는 것이다. 

어떤 일의 원인을 규명할 때 제한된 한두 가지의 요소를 성급히 그 일의 원인이라고 말하면 안 된다. 물리적 세계는 물론이고 인간 사회의 문제들은 다양한 변수들이 복합적으로 뒤엉킴으로써 발생한다. 

그런 다양한 변수들을 한두 가지로 단순화하여 원인이라고 말하는 것은 큰 잘못이다. 또한 인과관계는 상관관계와 엄연히 다름에도, 이 둘을 혼동하여 상관성이 높으니 인과성이 성립한다고 보는 것 역시 심각한 오류를 범하는 것이다.

요즘 이런 오류는 심지어 한 국가의 발전, 번영이나 병폐, 쇠퇴와 같은 무거운 문제의 요인을 찾아보는 토론에서조차 심심찮게 나타나고 있다. 평소 이런 잘못을 저지르고 있지 않은지 우리 모두 살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