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재 한화솔루션고문
이경재
- 현 한화솔루션 고문
- 현 학교법인 북일학원 이사장
- 산문집 ”시간 길어 올리기"
- 전 대한일보, 동아방송 기자
◇뻔한 선택
*『사람은 세 부류가 있습니다.
꼭 있어야 할 사람, 있으나 마나 한 사람, 있어서는 안 되는 사람,』
『사람이 개허구 겨뤄봤자 사램이 이기면 개버덤 나은 늠이구, 개헌테 지면 개만두 못한 늠이구, 비기면 개 같은 늠인디, 그 노릇 허라구유?』
첫 번째 말은 원로 배우 이순재 선생이 어느 인터뷰에서 했던 말입니다.
두 번째는 충남 보령이 고향인 소설가 이문구 선생(1941-2003)의 2000년 동인 문학상 수상작 『내 몸은 너무 오래 서 있거나 걸어 왔다』(문학동네 2000년 간)에 실린 단편소설 『장천리 소태나무』의 한 대목입니다.
*60년만에 한 번 온다는 청룡의 해, 갑진년(甲辰年)을 어떻게 맞을 것인가 많은 생각들을 하고 있으시겠지요?
새해에는 어떻게 살 것인가- 꼭 이루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 이것만은 버려야지-,굳이 헤아리고 가늠해 보지 않아도 될 터인데, 잠시도 서 있지 않고 움직이려는 몸뚱이를 데리고 살 수밖에 없는 서생(書生)의 관성(慣性)이 가만 두지를 않고 스멀거립니다.
대단한 사색이라도 하듯 커피 냄새를 흠흠대며 진지하려다 얼른 접고 뻔한 선택을 합니다.
위의 두 분의 얘기 중에 하나씩 고르면 되는 거지요.
당연한 것은 쉬운 것처럼 보이지만 지키기가 “엄청, 무척, 대단히, 지극히, 아주아주,” 어렵다는 세사(世事)의 이치를 모를 리 없는데도, 새해를 맞았다고 또 이런 저런 다짐을 해 봅니다.
새해가 밝았다고 하루 전과는 다른 새 사람이라도 된 양 굴었던 것을 해 바뀔 때마다 했던 것을 생각하며 낯 부끄러워 했던 적도 있지요.
작심삼일(作心三日)은 커녕 결심 반나절이 되기 일쑤였던 때도 있었고,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 , “담배끊기”처럼 수도 없이 반복했던 시도도 많았구요.
*아, 내가 좋아하는 소설가 천명관 선생의 어느 작품에선가 보고 메모 해 두었던 대목도 옮겨 놓습니다. 『행복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불행한 일이 덜 생겼으면 하고 바라는 나이가 되었다.』
-『희랍인 조르바』도 뒤통수에 대고 한 마디 쏘아 댑니다.
『일을 어정쩡하게 하면 끝장나는 겁니다. 말도 어정쩡하게 하고 선행도 어정쩡하게 하는 것, 세상이 이 모양 이 꼴이 된 건 다 그 '어정쩡한 것' 때문입니다. 할 때는 화끈하게 하는 겁니다.』
*귀(耳)가 순(順)해지고도 몇 바퀴를 더 돌아섰는데도 속 맘은 더 여려지기만 하는 신춘 벽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