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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식의 살며 나누며 (4)- "어떤 일이든 경중(輕重)과 완급(緩急)을 따라야 한다"
  • 기사등록 2023-08-08 18: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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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객원교수, 철학박사  

 





청소년들을 모아 놓고 삶의 지혜를 가르치는 노인이 있었다. 어느 날 학생들에게 “자, 이제부터 문제를 하나 풀어 보자.”라고 말하면서 책상 밑에서 큼직한 항아리를 하나 꺼내 책상 위에 올려 놓았다. 그런 다음 다시 책상 밑에서 주먹만한 돌멩이들을 꺼내 항아리 속에 하나씩 넣기 시작했다. 

 

항아리에 돌이 가득 차자 학생들에게 물었다. 

“이 항아리가 가득 찼느냐?”

“예!” 하고 학생들이 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노인은 아무 말 없이 책상 밑에서 작은 자갈을 한 움큼 꺼내 들었다. 그러고는 항아리에 집어 넣고 자갈이 깊숙이 들어갈 수 있게 항아리를 흔들었다. 주먹만 한 돌들 사이에 작은 자갈이 가득 차자 다시 물었다. “이 항아리가 가득 찼느냐?”

눈이 둥그레진 학생들은 “글쎄요…”라고 하면서 대답을 망설였다.

 

이번에는 노인이 말없이 책상 밑에서 모래 주머니를 꺼냈다. 모래를 항아리에 넣어 큰 돌과 자갈 사이를 채운 다음 학생들에게 물었다. “이 항아리가 가득 찼느냐?”

이번에는 몇몇 학생이 “아닌 것 같아요.”라고 주저하면서 대답했다.

“맞았다!” 

 

노인은 책상 아래서 물을 한 주전자 꺼내어 항아리에 부었다. 그런 다음 다시 학생들에게 물었다. “오늘 내가 항아리 채우는 걸 보고 깨닫게 된 게 뭐지?” 


제일 나이 어린 학생이 손을 들더니 대답했다. “모래나 물은 아주 작은 틈으로도 흘러 들어갈 수 있다는 걸 알겠어요.”

이 말에 이어 다른 학생이 말했다. “그러니까… 아무리 가능성이 없어 보이더라도 곰곰이 생각하면 무슨 수를 찾아낼 수 있다는 말 아닌가요?”

 

노인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그런 교훈을 얻었다니 대견스럽구나. 하지만 그보다도 훨씬 값진 교훈이 있는데…”

다른 소년이 손을 들고 말했다. “모든 게 겉으로만 봐서는 모른다는 것 아닙니까? 처음에 항아리가 가득 찬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가득 찬 게 아니었으니까요.”


“그 배움도 훌륭하다. 암, 그렇고 말고! 모든 일을 겉만 보고 경솔히 판단하면 안 되는 법이야!” 노인은 약간 아쉬워하는 표정을 짓더니 “다른 교훈이 떠오른 사람은 없었나?” 하고 아이들을 둘러보면서 물었다. 


이때 한 소년이 대답했다. “선생님, 항아리 채우는 순서가 중요해 보입니다. 항아리를 채울 때 큰 돌을 먼저 넣어야겠다는 걸 배웠어요. 그렇지 않으면 큰 돌을 영영 넣을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노인이 흐뭇한 표정으로 말했다. “바로 그거다.  항아리를 채울 때 큰 돌부터 넣지 않으면 나중에는 도저히 큰 돌을 넣을 수 없게 된다. 너희들의 삶도 마찬가지다. 참으로 인생의 중요한 것, 삶의 본질적인 걸 추구하지 않으면 나중에 그걸 붙잡기는 어려운 법이다. 너희들은 모두 이 점을 명심해야 한다!”

 

무슨 문제에든 항상 중요한 것과 사소한 것이 있으며, 본질적 핵심적 요소와 지엽적 부차적 요소가 있다. 개인의 자아실현 과정, 한 가정의 운영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국가 안보나 외교 문제, 장기적 정책 추진에 이르기까지 그러하다. 또한 모든 문제는, 단순해 보이는 경우조차, 실상 대단히 복잡한 구조와 양상을 지니고 있고 그 맥락 역시 복잡한 경우가 더욱 흔하다. 

 

이와 대조적으로 인간의 지성이나 집중력, 지구력은 그리 신통한 게 못 된다. 게다가 툭하면 성급한 감정이 개입하여 일을 그르치는 수도 적지 않다. 이래저래 사람은 본질과 핵심에서 벗어나 엉뚱한 지엽말단의 피상적 측면에 매몰돼 버리기 쉬운 취약성을 지니고 있다.

 

공적이든 사적이든 모든 일에서 본질(핵심)을 우선하고 지향하는 자세로 합당한 절차를 숙고해서 대응하려 해야 한다. 항아리를 돌멩이로 채우는 단순한 일조차 아무런 생각 없이 올바른 순서를 따르지 않으면 제대로 해낼 수 없다는 이야기에서 얻게 되는 소중한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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