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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치선 

 뿌리인문학 문자인문학 강사(타타오 뜨락)

 서예유튜버(타타오 캘리아트)





5월은 가정의 달입니다. 그래서 5월에는 어린이날이 있고 어버이날이 있지요?

하지만 그런 날 선물을 주고 받고 식사 한끼 나누는데 그친다면 그건 큰 의미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저는 문자인문학을 하는 사람으로써 우선 그 단어들을 만나보는 게 습관입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그 단어, 그 문자 속에 조금 더 파고 들어가보면 감춰졌던 금화가 쏟아지곤 하는 것을 느낍니다.


가정(家庭)-우선 집 가(家)




집 면(宀) 아래 돼지 시(豕)입니다. 왜 집 속에 사람이 아닌 돼지가 들었을까요?

우리나라에서는 돼지를 변소 아래에 두고 키웠으며 그렇게 똥을 먹고 자란 돼지를 똥돼지라 불렀죠. 그래서 집 가(家)에 돼지 시(豕)가 들어간다…라고 제 문자학 선생님은 말씀 하셨지만 저는 고대 갑골문 금문들을 조사해 본 결과 다른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집 면(宀) 아래가 돼지 시(豕)가 아니라 또 우(又) 두개가 붙은 형상이 종종 나타나는 것을 보았지요. 우(又)라는 이 글자는 원래 손입니다. 



손은 만물 중에 사람을 뜻합니다. 사람을 뜻하는 문자가 입 구(口)와 또 우(又)가 핵심입니다. 입은 먹고 산다는 것이고 손은 사람의 행위를 뜻합니다.

결국 집 가(家)는 사람과 사람이 한 지붕 아래 살고 있는 모습입니다.


사람은 홀로 사는 생명체가 아닙니다. 

태초에는 한 생명이었을지 모르지만 분열하여 개체를 이루었고 다수가 되며 사회를 이루었습니다. 그로써 전체를 다채롭게 확장하게 되는 주체가 되었습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가 그 각자 개체들이 자기 위주의 의식을 가지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마치 아기들이 자기밖에 모르듯이 말입니다. 그런 이기성은 세상에 다툼을 조장했고 경쟁 위주의 거친 삶을 자아내게 했지요. 


천만다행하게도 우리에게는 아직 그 하나된 삶의 흔적문화가 남아있으니 그게 가정입니다. 우리는 가정이라는 시스템이 있어서 그 안에서 부부가 몸과 마음을 맞대고 살고 또 자식과 '알콩달콩 하며' 삽니다. 

알콩달콩 아시나요? 안다고 콩! 다르다고 콩! 소소하게 의견차이를 내면서도 보듬고 살아가는 태도를 이릅니다. 그 충격이 조금 더 세면 '알쿵달쿵'입니다.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보듬어 줄 때 고소한 영혼마찰 과정의 살내음이 나는데 그것을 '깨가 쏟아진다'고도 합니다. 사실 나와 다른 사람이 저 멀리 있을 때는 별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는 관대할 수 있죠. 김정은이 무슨 소릴 하고 푸틴이 무슨 짓을 해도 우린 얼굴빛 하나 변하지 않는 군자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가정 안에서 일어나는 마찰일 때는 사뭇 다릅니다. 


아내의 한마디, 남편의 말투 하나가 가슴을 송곳처럼 후비기도 하고 아들, 딸의 태도 하나가 삶을 허무하게 만들기도 하겠죠. 가까우니 더욱 크고 생생하게 다가오는 것입니다. 

그게 가족간의 보이지 않는 약속이라고 봅니다. 우리는 이렇게 가까이 하면서 서로를 이렇게 다듬고 자극하며 발전시켜가자는 약속 말입니다.


그런 과정들이 쉬운 것만은 절대로 아닙니다. 부부간의 문제란 아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묵은 이슈보다 풀기 더 어려운 것인지도 모릅니다. 한 존재가 분리된 또 한 존재를 이해하고 때로 용서하며 온전히 다름을 수용할 때 일어나는 엄청난 체적의 확장! 


더구나 자식이라는 제3의 존재들이 그 틈으로 파고듭니다. 그들은 부모의 소유물도 아니며 복제품도 아닙니다. 일부 유전자의 동일요소를 타고 들어왔다지만 엄연히 새로운 주제들이지요. 이들과 수십년의 패키지여행을 약속한 그 기본 단위가 가정입니다. 수많은 부대낌이 있겠지만 그것 없이는 발전도 없습니다.


고도로 치열한 학습장인 가정 안에서 우리가 서로를 위로하고 서로를 격려하며 서로라는 깊은 숲길로 매일 조금 더 들어갈 수 있다면 거기는 또 새로운 풍경이 열릴 것입니다.


거기서 화목을 이뤄낸다면 이건 영웅입니다. 마블이 영웅이 아니라 가정내 평화를 구축한 이가 진정 영웅입니다. 그들은 이미 만사(萬事)를 이룰 역량을 기른 것이며 수신제가(修身齊家)를 이뤄냈으니 나아가 천하를 평화롭게 해나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https://youtu.be/sEBiaaI2_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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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05-09 11:5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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