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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철와인스쿨 원장






 텔의 정식 만찬에는 용도가 다른 여러 가지 포크와 나이프가 등장한다. 그러나 유럽의 식탁에 포크, 나이프, 스푼이 세트로 식탁에 등장한 것은 오래된 일은 아니다. 특히 포크는 가장 나중에 식탁에 올라오게 된다. 


고대 이집트, 그리스, 로마에서 의식과 요리에 큰 포크를 사용했다고 전해지고 있으며, 폼페이를 비롯한 여러 유적지에서 포크가 발굴되기는 하지만, 식탁보다는 주방에서 조리 할 때 사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례로 약 6세기 경의 것으로 추정되는 아름다운 청동 포크가 발견됐는데, 이는 페르시아에서 온 것으로 길이가 7인치 이상인 것을 보면 요리나 서빙에 사용됐음을 짐작케 한다.


 러나 중동 지방에서는 7세기부터 식탁에서 포크를 사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탈리아에서는 11세기에 베네치아 총독과 결혼한 비잔틴의 공주가 처음으로 포크를 사용했다고 전한다. 공주는 손가락으로 음식을 먹지 않고 환관들이 고기를 잘라주면 이를 작은 두 갈래 금 포크를 사용해 먹었다. 이를 보고 세련된 베네치아 사람들조차 충격을 받았다고 전한다. 


그러나 서유럽의 교회는 포크를 “악마의 도구(악마의 쇠스랑으로 인식)”라고 비난했다. 신이 손가락으로 음식을 먹게 하셨는데 금속으로 된 기구를 사용하는 것을 타락으로 간주하는 생각은 수세기 동안 지속되었다.


            15세기 말부터 이탈리아 식탁에 포크가 등장하기 시작 


 그림을 통해 포크의 역사를 추적해 보면, 15세기 말부터 이탈리아의 식탁에 포크가 나타난다. 그 이전의 그림을 보면 식탁에는 나이프만 있을 뿐이다. 고기든 빵이든 잘라서 손으로 집어 먹었을 것으로 보인다. 


1600년대 초 영국의 여행가 ‘토머스 코리야트(Thomas Coryat)’는 “내가 방문한 모든 이탈리아 도시는 다른 기독교 국가에서는 거의 통용되지 않는 관습이 있었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항상 작은 포크를 이용하여 음식을 서비스하고 있다. 손가락으로 고기를 만지는 사람은 예의를 어기는 것이다. 포크는 철이나 백랍으로 만든 것이고, 귀족들은 은으로 만든 것을 가지고 있기도 한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유럽에 포크가 도입된 것은 1533년 14세의 나이에 프랑스의 앙리 2세와 결혼하기 위해 이탈리아에서 시종, 조향사, 불꽃 제조업자, 자수사, 요리사, 제빵사, 제과사, 증류업자 등과 함께 온 ‘카트린 드 메디시스(Catherine De Medicis)’ 덕분이다. 


이렇게 이탈리아와 다른 유럽 국가 간에 관념과 사람들의 교류가 있었겠지만, 포크는 이탈리아 밖에서는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프랑스에서도 1640년대까지 개인적인 장소에서 포크가 전시되는 장면이 등장하지 않는다. 


18세기 초에 이르러, 프랑스의 매너에 관한 책에는 “고기를 만지는 것은 절대 예의에 어긋나며, 스프를 손가락으로 만지는 것은 더 나쁘다. 고기를 접시에 담으려면 포크를 사용해야 한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19세기가 되어서야 서유럽에서 포크가 보편적으로 사용되며, 빅토리아 시대의 테이블에 대거 등장한다. 이때부터 각 음식에 맞는 식기를 사용해야 한다는 개념이 퍼지면서, 생선 포크, 샐러드 포크, 아이스크림 포크, 케이크 포크 등이 세팅되었다. 


이렇게 포크는 500여 년 전, 서양의 식탁에 등장한 이후로 음식 이상의 것을 실어 날라, 테이블 매너라는 것을 만들었다. 중세 기독교인들은 포크를 악마와 퇴폐의 상징으로 거부했지만, 17세기 합리주의 철학은 포크를 이성적인 사람들이 유용한 도구로 받아들이도록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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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09-05 16:3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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