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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튀르키예 지진현장에서 3명 구조한 이강우 911SRT 구조단장 - 항공료, 장비운송비 등 다른 나라엔 없는 특별 지원 받아 가능
  • 기사등록 2023-04-19 19: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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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6일 새벽 튀르키예 남부 시리아 접경지역  하타이에서 발생한 진도 7.8의 초강력 지진은 온 세계인의 단잠을 깨우기에 충분했다. 사건발생 초기 튀르키예 정부는 아파트 등 건물이 최소 1만 2천채가 무너졌다고 밝혔다. 


현지에서 들려오는  끔찍한 소식들은 우리에게도 예외 없이 전달됐고, 우리와 '형제의 나라'로 알려진 한국 정부도 수색, 구조, 의료인력 118명으로 구성된 '대한민국긴급구호대(KDRT)'를 현지에 파견했다. 세계 60여개 지원국 중의 하나였다.



▲ 4월 7일, 이강우 911SRT 단장이 송파구 방이동 그의 사무실에서 튀르키예 지진현지장을 

다녀온 과정을 소상히 설명하고 있다(사진=서병철 기자)



이런 긴박한 상황 속에서 국내 손꼽히는 민간 구호단체인 911SRT 구조대의 이강우(77) 단장은 속이 시커멓게 타 들어가고 있었다. 지진과 화재 등 재난상황에서 시간을 놓치면 고귀한 생명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최대한 빨리 지진 현장으로 달려가야 하는데 가진 돈이라곤 고작 80만원 밖에 없더군요." 이 단장은 지진발생 당시 본인의 주머니 사정을 이렇게 털어놓았다. 지난달 10일 송파구 방이동 그의 2층 사무실에서 이강우 단장은 튀르키예 지진현장을 다녀온 전과정을 소상히 설명해 주었다.  인터뷰는 80분 가량 진행됐다. 


Q: 몇 명의 구조단을 이끌고 현지에 들어갔나요?


"주한 튀르키예 대사관에서 지원해 준 통역 1명을 포함해 12명이었습니다. 대원들을 소집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었지만 엄청난 소요경비 확보가 문제였습니다. "


Q: 12명 대원들의 항공료와 구조에 필요한 각종 장비 운송비 등은 어떻게 마련했습니까?


 "항공료만 해도 1인당 3백만원에 육박하고, 거의 쇠덩어리로 된 무거운 장비를 운송하는 데는 훨씬 많은 비용이 들어가야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참여하고 있는 국제라이온스 354에서 2,500백만을 지원하는 등 여러 개인과 단체들이 십시일반으로 지원해 주었습니다. "




▲ 지진발생 5일만에 현지에 도착한 911SRT 단원들이 하타이 지진현장에서 인명구조

활동을 벌이고 있다.(사진=911SRT)



Q: 구조단 중에는 여성도 있나요?


"물론입니다. 아이들을 돌보는 일, 이발, 의료, 음식제공 등 남성이 할 수 없는 일들이 의외로 많아 여성이 반드시 필요하거든요."


Q: 지진현장에서 필요한 구조장비는 어떤 것들인가요?


"삽, 곡굉이, 해머, 절단기, 열 감지기, 음파 탐지기 등은 물론 취사용 각종 기구와 야영텐트에 이르기까지 생각보다 많지요. 이번에 가지고 간 장비는 전부 새로 구입해서 사용했습니다. 무게만도 2톤 40kg에 달합니다. 거기에는 전력발전기 2대도 포함됐지요. 본래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장비는 작년 8월 필리핀 루손섬 지진 구조 때 쓰고 나서 현지에 그냥 두고 왔거든요. "


Q:이번 튀르키예 정부의 지원이 기대 이상으로 컸다고 알려졌는데?


"그렇습니다. 인천에서 이스탄불까지 왕복 항공료와 그 무거운 화물 운송비 등 일체를 지원해 주었으니까요. 항공편은 물론 튀르키예 항공이지요. 그래서 남은 예산으로 지진 현장에서 필요한 장비들을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 무너진 잔해를 뚫고 구조 통로를 만들고 있는 911srt 대원들 (사진=911SRT)



Q: 세계 60개국에서 구조단을 보내왔는데 튀르키예 정부가 한국의 911SRT 구조단에 눈에 띠게 엄청난 지원을 해 준 배경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


"다른 어떤 나라 구조단도 우리 911SRT만큼 파격적인 지원을 받은 데가 없을 겁니다. 거기에는  2011년 지진 당시 우리 구조단이 보여준 헌신적인 구조활동에 튀르키에 전 국민들이 크게 감동받은 바 컸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그때는 현지 국영방송 TV가 우리 대원들의 필사적인 구조활동 모습을 생방송으로 중계할 정도로 전 국민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습니다. 이를 계기로 '재난구조는 역시 코리아가 최고'라는 평가를 듣게 된 것이지요.


튀르키예 재난청(APAD)은 "이스탄불 공항에서 각국 구조단들이 집결해 있는 아다나, 그리고 시리아 국경지대인 하타이 지진현장까지 전 구간에 헬기를 제공해 주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지진 현장에는 45인승 버스를 24시간 대기시켜 놓고 식수도 마음대로 마실 수 있게 배려해 주었죠. 다른 나라 구조대에는 없는 특혜였지요. 지진 인근 주민들도 우리 대원들을 보면 껴안거나 감사의 말을 잊지 않았습니다. "


Q: 이번에 3명의 생명(시신)을 구조(수습)했는데 당시 상황을 설명해 주신다면?


"사내아이 둘과 엄마까지 3명인데, 아파트가 겹겹이 무너진 잔해 속에서 처음 발견했지요. 그 지점은 다른 사람들이 설마 하고 지나갈 만큼 뜻밖의 요소로 한 사람이 바짝 엎드려야 들어갈 수 있는, 숨쉬기조차 어려운 비좁은 공간이었습니다. 그렇게 3명의 시신을 수습·구조했고 튀르키예 현지인들은 '역시 한국의 구조대가 해냈다'며 환호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현지의 알 자지라 방송과 인터뷰를 나눈 것도 그 때였습니다. "





▲ 이강우 단장이 3명을 구조한 당시의 현장상황을 그림으로 그려가며 설명하고 있다. (사진=서병철 기자)




Q: 현지 날씨는 어느 정도인가요?


"하타이 현지 날씨는 일교차가 몹시 크고 밤에는 기온이 급강하 해서 모닥불 없이는 지낼 수 없을 정도입니다. 주변의 산들은 전부 하얀 눈으로 뒤덮여 있어 한국의 초겨울 날씨를 방불케 하지요. 우리 대원들은 전기장판으로 추위를 이겼습니다."



Q: 튀르키예 주재 한국대사관에서는 911 구조단에 어떤 지원을 했는지 궁금한데.


"글쎄요, 크게 지원 받은 건 없고요 그렇다고 직접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그동안 늘 그래왔으니까요."


 

 911 SRT 구조단은 1981년 창립 이래 40여년 동안 세계 20여 곳의 지진및 수해현장을 찾아 인명구조 활동을 벌여온 비영리 민간 수색구조 단체로 해외에서도 잘 알려져 있다. 이 단장에 따르면 지진피해 보다는 오히려 태풍, 수해로 인한 피해가 더 복구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Q: 지금까지 세계 여러 곳의 지진, 수해, 태풍 현장을 다니며 구조작업을 벌여 국위를 선양하셨는데 혹시 정부로부터 어떤 형태의 훈장이나 표창 같은 걸 받아보신 적이 있었나요?



"그런 건 받아 본 적도 없고, 앞으로 기대하지도 않을 겁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자면 목숨 걸고 구조 일선에서 싸운 사람 따로 있고, 훈포장 받는 사람 따로 있는 것 같습니다. 현장에는 가 보지도 않은 사람들이 자기들끼리 서류 꾸며 표창 상신하고, 자기들끼리 포상하는 그런 관행과 풍토가 다른 나라에도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앞으론 이런 것도 정부 차원에서 획기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하지 않을까 싶군요." 인터뷰를 끝내면서 그는 못내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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