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기사수정



저는 참 흥미로운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어려서는 우리나라가 후진국이었고 살다 보니 중진국이 되었으며 이제는 어느덧 선진국이라 합니다. 제가 잘 살았던 덕택일까요? 아…최소한 우리가 열심히 살긴 산 모양입니다.

그런데 선진이 뭘까요?


우리 민족은 빨리빨리를 좋아했던 것처럼 그 먼저 선(先)이라는 개념을 매우 애호합니다. 

먼저 세상에 났으면 선생(先生)이요 맨 앞에 머리가 보이면 선두(先頭)요, 먼저 나아감이 선진(先進)이겠지요? 먼저 나아간다…

그런데 어디로 먼저 나아간 것일까요?


선진의 진실한 뜻은 둘째치고 사람들이 떠올리는 선진의 목적지는 풍요와 편리가 아닌가 합니다. 제가 사는 동안에 전기밥통이 생겼고 티브이, 냉장고가 생겼으며 세탁기가 생겼고 지금은 건조기와 식기세척기도 들어왔습니다. 이런저런 약과 영양제와 의료행위도 선진화되어서인지 웬만해서는 잘 죽지도 못합니다. 흔한 말로 자칫하면 110세 살 것 같은 예감입니다. 


그것도 모자라서인지 인류역사의 모든 지식을 학습한 ChatGPT가 우리의 개인비서 노릇을 해줍니다. 어쩌면 불평 하나 없고 서비스는 무한정인 미남미녀 로봇 배우자나 가족을 데리고 살 날이 다가오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이런 선진의 길-이게 바람직한 것만 있을 리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 길이 굉장히 치우친 선진이기 때문이지요. 치우친 상태로 너무 빨리 달리면 어떤 사고가 나는지 우린 다 잘 알고 있습니다. 굳이 확인해보시려면 한쪽 타이어에 바람을 빼고 고속도로를 질주해보시면 바로 알 수 있지만…(하지 마세요.)

특히 풍요를 향해 빨리 달리는 건 무서운 악몽에 가깝습니다. 

자원이 많아서 국민들에게 다 퍼주었던 나라들이 있는데요. 퍼주기로 유명했던 엘**** 베**** 나우루…그 나라들은 지금 파티를 끝내고 이제 파탄지경이며 국민들은 무능력자들의 집단이 되어 있습니다. 


치우친 풍요는 물극필반(物極必反)의 원리를 처절하게 부를 것입니다. 마치 부모가 모든 것을 입에 떠 넣어주기만 했던 가정의 자식들을 보는 것 같습니다.


편리함도 그 속도가 지나치면 반드시 큰 문제 앞에 직면하게 됩니다. 어느 날 인터넷만 끊어져도 사람들은 맨탈붕괴에 이르고 말 것입니다. 전기가 끊어지면 즉시 생사존망이 걸릴지도 모르죠. 현대사회가 가는 선진의 길이 치우쳤다면 무엇이 도외시된 것일까요? 무엇을 상실한 것일까요?


세상에게 묻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 당신에게 묻고 싶네요. 물론 제 자신에게도 묻고 있습니다. 숨가쁘게 치달리던 선진(先進)이여! 우리 많은 이의 의식 속에 형성된 서두름의 유령이여! 당신의 뒤에 무엇이 쫓아오기에 그리 바쁜가요? 또 당신이 달려가는 그 길의 끝에 무엇이 있는 줄 알고 그리 달리시나요?


 이제 잠시 멈추고 숨을 고르며 자신을 돌아봅니다. 그 선진이 선을 향해 날마다 나아가는 선진(善進)이면 어떨까요?


먼저 참되고자 하는 선진(先眞)이라면 어떨까요? 어떤 상황에서든 착함과 참됨을 놓지 않는 선진(善眞)이라면 또 어떨까요?



착하지 못하면 매일 쫓기고 참되지 못하면 매 순간 불안하겠지요. 우리가 착하고 참된 그 중심에 선 순간, 검은 안개는 봄비와 하늬바람에 먼지처럼 흩어질 것입니다. 어쩌면 그 모든 두려움, 낮 술을 한 잔 걸친 나그네의 짧은 꿈이었을까요?  빨리 달려가는 것만이 답이 아닙니다.


https://www.ganjing.com/video/1ftot4c8n8l77v3sF065gv3Ux12f1c

TAG
0
기사수정
  • 기사등록 2023-06-15 16:11:31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포토뉴스
확대이미지 영역
  •  기사 이미지 대학생 베트남 해외자원봉사 앞두고 사전 준비교육 가져
  •  기사 이미지 몽골 사막에 제2의 한국 세워졌다
  •  기사 이미지 DAC's Relief Efforts in Turkey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