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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객원교수, 철학박사 






자에게 제(齊)나라 선왕이 정치에 대해 물었다. 맹자는 국민이 배불리 먹고 따뜻하게 지내면 왕도의 길이 저절로 열린다며 이렇게 말했다. 


“생활이 경제적으로 안정되지 않아도 항상 바른 마음을 지닐 수 있는 것은 오직 (극소수의) 올곧은 선비에게나 가능한 일입니다. 일반 국민은 경제적으로 안정되지 않으면 항상 바른 마음을 가질 수가 없습니다. 항상 바른 마음을 가질 수 없게 되면 방탕하고 비뚤어지며 사악하고 허황되어 이미 어찌할 도리가 없게 되고 맙니다. 그런 지경에 빠진 백성이 죄를 저지른 다음에 법으로 그들을 처벌하는 것은 백성을 그물질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이어서 “어진 임금이라면 어떻게 국민을 그물질하는 짓을 할 수 있겠습니까?”하고 선왕에게 반문했다. ≪맹자(孟子)≫‘양혜왕 편’에 나온다. 흔히 ‘무항산 무항심(無恒産 無恒心)’으로 간결하게 인용되는 말이다(항산이 없으면 항심이 없다는 말로서, 생활이 안정되지 않으면 올바른 마음을 견지하기가 어렵다는 뜻).

 

요즘 우리나라 실업률이 상당히 높다고 들린다. 청년 실업률도 높다고 언론은 연일 보도하고 있다. 대학 나오고 병역도 마치고 이런저런 ‘스펙’도 쌓았지만 취직하기가 어렵다고 여기저기서 아우성이다. 

 

런가 하면 중장년의 조기 퇴직이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평균수명, 기대수명이 계속 늘어나는데도 대다수가 50대 중, 후반에 직장을 떠난다. 중장년 세대는 인생의 남은 20-30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하는 문제에 직면하는 것이다. 

 

취업, 직업을 갖는다는 것은 어떤 역할을 하는가? 크게 다음 세 가지로 요약해 볼 수 있다. 

우선, 직업은 한 개인과 가족을 먹고 살게 해 준다. 생명적 존재인 인간을 생존하게 해 준다. 직업은 가장 기본적이고 원초적인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둘째로, 직업은 우리에게 사회 참여의 기회를 제공한다. 사람은 자신이 어떠한 울타리에 분명히 들어있는 당당한 구성원이라는 소속감과 아울러 다른 사람들과 인격적인 유대감을 갖고 싶어 하는 존재다. 직업을 가짐으로써 이런 소속감과 인격적 유대감을 향한 욕구가 충족된다.

 

끝으로, 직업은 각 개개인에게 자아실현의 기회를 부여한다. 원하는 직업을 가짐으로써 자기의 잠재적 능력을 계발할 뿐만 아니라 일 자체가 주는 즐거움을 맛보고 이를 통해 자아의 성장을 꾀할 수 있다. 

 

개인에게 안정된 일자리를 준다는 것은 무엇인가? 우선 그 사람과 가족에게 생존과 생계유지의 원초적 불안감을 없애주는 게 된다. 그리고 책임감을 지니고 사회를 위해 유형무형의 재화를 생산하게 만드는 계기를 부여하는 것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한 개인에게 자기의 소질을 적극 계발하여 자신의 ‘꿈’을 이루고자 노력하게 만든다. 

 

사회심리학자 A. 매슬로우의 욕구 5단계설을 따른다면,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생리적 욕구부터 가장 고차적인 자아실현의 욕구에 이르기까지 사람은 결국 직업 활동을 통해 충족시킨다는 말이 된다. 

 

이제 취업, 실업 문제의 개선과 추진 방향에 대해 생각해보자. 정부는 지속적으로 일자리 창출과 기업들의 고용 확대를 위해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해야 할 것이다. 근로 능력과 의지가 있는 사람에게 근로 기회를 제공하는 사회 시스템을 구축하여 원활히 작동하도록 전력투구해야 할 것이다. 

 

기업(특히 대기업)은 보다 많은 사람에게 일자리 제공을 경영의 주요 목표 가운데 하나로 정하고 사업을 해야 한다. 노동자들, 특히 대기업 노동자들은 기득권 지키기에 집착하지 말고 장기적 관점에서 새로운 인력이 대폭 유입될 수 있는 공간과 문화를 조성하는 데 적극 협력해야 한다. 

 

든 경제 주체가 우리나라 노동 시장 자체를 현재보다 더욱 큰 유연성을 지니도록 만드는 데 동참해야 한다. 이런 협력과 ‘대타협’ 말고는 일할 능력과 의지가 있으면서도 일하지 못하는 수많은 사람에게 일자리를 마련해 줄 수 있는 뾰족한 방안이 없는 게 냉엄한 현실이다. 

 

무엇보다도 각 경제 주체들은, 자기 집단의 이익을 극대화하기에 앞서 ‘직업’이 지니는 의미를 보다 깊은 차원에서 살펴보아야 한다. 직업의 기능에 대한 온전한 이해를 바탕으로 각 경제 주체 및 개인들 간에 유연하고 과감한 타협 정신이 발휘돼야 한다. 

 

근시안적 대안이나 미봉책은 사회 구성원들에게 불안감만 심어주고 최소의 자존감 마저 붕괴시킨다. 그 뿐만 아니라 시민들 상호 간에 적대적 감정을 불러일으킴으로써 인격적 유대감을 잃게 만들고 종국에는 국가의 결속력을 증발시키고 만다. 우리가 지향하는 사회가 이처럼 삭막하고 인간미 없는 사회로 추락해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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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11-01 16: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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