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치선 칼럼니스트
"도무지 말이 안 통해." "도무지 알 수가 없네."
'도무지' 라는 이 말 자주 쓰입니다. 그런데 그게 어원이 뭘까요?
이렇게 간단해 보이는 말 속에 깊은 내포가 있습니다. 그리고 어원을 찾아가는 길에도 수많은 신비가 숨어 있지요.
인터넷에서 단어를 감색해 보면 약간 황당한 답이 나올 겁니다. 한 번 읽어 드릴게요.
"도모지(途貌紙)는 옛날 조선시대에 사사로이 행해졌던 형벌이었다. 물을 묻힌 한지를 얼굴에 몇 겹으로 착착 발라 놓으면 종이의 물기가 말라감에 따라 서서히 숨을 못 쉬어 죽게 되는 형벌이다."
이게 맞는 설일까요? 하나의 설(說)일 뿐이며 누군가 비슷한 발음을 찾아 올려 놓으니까 그 후 모든 사람이 '그거구나' 하고 따라 하기를 한 것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그게 답일 것 같으면 제가 이렇게 올리지도 않았겠죠? 실제로 우리는 도무지를 그런 용도로 쓰지 않을 뿐더러 그 앎이 내 의식 세계에 한 푼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상상해 보면 속만 좀 답답해지지 않나요?
좀 더 단순하게 접근해 볼까요?
道無知-도무지-길을 모른다는 말입니다.
길을 모르니 어찌할 바를 모르지요. 제가 길치라서 그런지 요즘도 가끔 집에 돌아가는 길을 헤매는 꿈을 꾸곤 한답니다. 이건 뭐 도무지…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생을 살아갈 방법을 모른다는 의미로 확장됩니다.
좀 더 미세한 내포를 향해 몇 걸음 들어가 보면 진리를 모른다는 것입니다.
무엇에 대한 진리?
우리 대부분은 내가 온 곳을 모르고 현재 있는 자리를 모르며 가야 할 곳을 모르잖아요?
그것에 대한 진리. 즉, 고향 가는 길을 우리는 아득히도 잊었는지 모릅니다.
당신은 아시나요?
지린성(吉林省) 장춘(長春)이 고향이라고 하시는 제 지인은 지금도 고향 가는 길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아마 그에게는 장춘 이상의 더 오래 된 고향이 분명 있는 모양입니다.
그것을 '반본귀진'이라고도 하는데 그 길, 그 방향을 모른다면 도무지 도무지…하며 방황할 뿐입니다. 반면 어느 날 천행으로 그 길, 그 방향을 알게 되었다면 얼마나 안심될까요?
빠르든 늦든 한 걸음 마다 그 길로 가고 있다는 것이니까요. 그 여정이 비록 때로 버겁고 힘들더라도 고향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아니까요. 그곳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곳에 있는 나의 가족 친구들이 얼마나 나의 귀향을 기다리고 있는지 다 잊었더라도 말입니다.
아! 크게 기지개를 펴 봅니다.
서예묵화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