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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식의 살며 나누며(9) - "한국사회는 심각한 질병 상태임을 깨달아야"
  • 기사등록 2023-11-23 15:4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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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객원교수, 철학박사






하트마 간디는 7가지 사회악을 말한 바 있다.


①원칙 없는 정치(politics without principle) 

②노동 없는 부(wealth without work) 

③양심 없는 쾌락(pleasure without conscience) 

④인격 없는 지식(knowledge without character) 

⑤도덕성 없는 상업 행위(commerce without morality) 

⑥인간성 없는 과학(science without humanity) 

⑦희생 없는 신앙(worship without sacrifice)이다.

 

언뜻 보면 한 거대한 사회의 온갖 문제점을 과연 이렇게 7가지 만으로 간추릴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하지만 좀 더 찬찬히 살펴보면 이것만으로도 한 사회가 얼마나 건강한지 충분히 측정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이 한 사회의 모든 영역과 측면을 망라한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포괄하고 있음은 분명해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여러 분야의 다양한 측면을 한 척도로써 지표화(指標化)하여 파악해 보고 또 비교하기도 한다. 지능지수나 물가지수, 엥겔 지수는 보통 사람들에게도 친숙한 개념이다. 요즘은 날씨와 관련해서 ‘불쾌지수’도 심심찮게 들먹여진다. 최근에는 ‘행복지수’도 가끔 거론되고 ‘부패지수’도 언론을 통해 소개된다.

 

간디가 꼽은 7가지 사회악이라는 개념을 약간 변형하여 다음과 같이 문항화 하면 어떠한 사회의 건강도를 측정하는 그럴싸한 지표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다.

 

어떠한 사회에서 

①정치에서 얼마나 원칙이나 철학을 중시하고 그것을 지키고자 노력하고 있는가? 

②불로소득을 통한 부의 축적은 그 비중이 얼마나 작은가? 

③쾌락은 얼마나 건전한 방식으로 추구되고 있는가? 

④교육이나 지식 추구의 면에서 인격이라는 요소는 얼마나 중시되고 있는가? 

⑤경제활동은 얼마나 공정하게, 도덕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가? 

⑥과학과 기술을 진흥하는 데 인간성이란 요소는 얼마나 주요 가치로 고려되고 있는가? 

⑦종교 분야의 사람들은 얼마나 헌신적이고 자기 희생적인 자세로 활동하고 있는가?

 

이런 각 문항의 대답을 점수화하고 전체 총점을 내면 한 사회의 건강 성적표를 낼 수 있을 것이다―엄격히 말하면 지수화를 위한 구체적 작업이 이처럼 단순한 과정만으로 완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간디의 7가지 사회악에 대비되는  ‘7가지 사회적 덕목’도 생각해볼 수 있다.  ①원칙 지향적 정치  ②노동을 기반으로 한 부(富)  ③건전한 쾌락의 추구  ④인격 지향적 지식  ⑤윤리적 경제활동  ⑥인간성 중시의 과학  ⑦희생과 헌신의 종교 활동.

 

만일 어느 사회가 이런 ‘7가지 사회적 덕목’을 거의 다(혹은 대단히 높은 수준으로) 갖추고 있다면 그 사회는 정말 인간다운 사회, 각 구성원이 행복과 삶의 보람을 만끽하며 사는 사회라고 해도 될 것이다.

 

왜 간디가 열거한 사회악을 장황하게 말하는가? 그가 주장한 바를 알고 싶은 지적 호기심 때문이 아니다. 오늘 우리가 삶을 영위하고 있는 대한민국이 얼마나 건강한지 참으로 궁금하기 때문이다. 현재의 우리 사회를 간디가 제시한 ‘사회적 악덕 목록’(또는 위에서 변형하여 제시한 문항들)에 비추어보면 우리 사회의 건강도를 비교적 정확히 진단할 수 있을 것 같다. 

 

앞에서 제시한 7가지 기준에 의한 현재 우리 사회의 평점은 상당히 낮아 보인다. 특히 위의 7가지 중 ①③⑦의 3가지 사항에 관해서는 아무리 너그럽게 평가해도 낙제점을 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오늘의 정치에 원칙이나 철학이 있는가?’라고 묻는다면, 정치에 ‘원칙’이나 ‘철학’이란 단어 자체를 내놓는 게 부끄러운 지경이다. 

 

쾌락을 추구하는 면에서는 ‘엽기적’이란 단어가 비유가 아니라 사실적 서술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우리 사회가 건전성을 잃은 지 오래됐다. 

 

종교 분야는 또 어떤가? 종교의 기본 역할은 보통 사람들의 상처 입은 영혼을 치유, 위로하고 약자나 소외된 사람들을 끌어 안으면서 한 사회에 공동체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일이다. 오늘날 한국 종교들은 권력화, 배타성, 그리고 독선이라는 세 겹의 중병에 걸려있다고 한다면 너무 가혹한 평가가 될까? 

 

지금의 한국 사회에 관한 전반적 성적이 한심한 수준이라는 자평은 참으로 씁쓸하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건강 상태를 제대로 파악하는 일은 더없이 중요하다. 병이 심각하면 할수록 올바른 진단이 절실히 필요하니까.


오늘의 대한민국 사회가 심각한 질병 상태임을 우선 깊이 깨닫자. 뼈저린 자각과 함께 이런 중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하기 위한 해결책을 마련하고 꾸준히 실천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고 대한민국이 진정한 건강 사회가 되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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