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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병무

- 현 감사나눔연구원 원장 

- 《감자탕교회 이야기》, 《주식회사 장성군》 저자 

- 전 인천재능대학교 교수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대결’ 

2016년 3월, 국내외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세기의 대결이었다. 바둑은 경우의 수가 많아 이세돌 기사가 인공지능(AI) 알파고를 이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결과는 반대였다. 알파고가 4대 1로 승리한 것이다. 이 대결은 우리 국민에게 ‘AI 시대의 도래’를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4차산업혁명의 총아인 AI는 빠른 속도로 우리 곁에 다가오고 있다. 4차산업혁명의 특성을 한마디로 ‘DNA 시대’라고 부른다. 빅데이터(Data), 네트워크(Network), AI의 첫 자를 따서 만든 말이다. DNA를 통해 '초연결, 초지능, 초융합의 시대'가 가시화되었다. 유튜브를 보다 보면 AI는 빅데이터를 이용하여 우리가 보고 싶은 자료를 귀신처럼 알고 올려주어 감탄하는 경우가 많다. 

 

더욱이 지난해 등장한 챗GPT는 어떤가. 무엇이든 물어보면 필요한 정보를 순식간에 다양한 각도에서 알려준다. 이제 AI와 더불어 살아야 하는 'AI와의 공존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인간은 AI와 형식지의 지식 대결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AI와 차별화가 가능한 영역이 '창의력과 협업'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게 무엇일까. 바로 인문학이다. '인문학'이란 인간에 관해 연구하는 학문이다. 인간의 본성, 본질, 욕망을 탐구한다. 아무리 기계가 발달해도 인간의 본성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인류 역사에는 두 가지 큰 힘이 있었다. 하나는 '도구의 힘'이다. 인간은 도구를 사용하면서 동물과 차별화되었다. 불의 발명에서 시작하여 4차산업혁명과 AI시대까지 오는 과정은 ‘도구의 발전 역사'라고 할 수 있다. 

 

18세기 제1차 산업혁명 때는 ‘증기기관’을 발명하여 기계화 혁명을 일으켜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올렸다. 19세기 제2차 산업혁명에서는 ‘전기에너지’를 발명하여 대량생산 혁명을 일으켰다. 철강, 자동차 산업의 비약적인 발전이 있었다. 

 

20세기 후반 제3차 산업혁명에서는 ‘컴퓨터와 인터넷’의 발달로 지식정보 혁명이 일어났다. 제4차 산업혁명에서는 AI가 등장하여 빅 데이터를 이용해 '융복합의 시대'를 이끌고 있다.

 

또 하나의 발명은 '사상의 힘'이다. 2000여 년 전에 공자, 석가, 소크라테스, 예수는 인간의 본질에 관한 지혜와 통찰을 제시했다.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나는 어디로 가는가?"를 통해 인간이 가야 할 길을 알려준 것이다. 

 

애플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는 “창조는 연결하는 능력”이라고 정의하면서 인문학의 중요성을 이렇게 역설한다. “아이패드를 만든 것은 항상 기술과 인문학의 갈림길에서 고민해 왔기 때문이다.” “소크라테스와 오후를 함께 할 수 있다면 애플 전부를 걸겠다.” 스티브 잡스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인문학에 관심을 가지는 계기를 만드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AI 시대에 기술 발전과 인간에 대한 연구가 더욱 중요해졌다. 앞으로 AI는 놀라운 속도로 발전해 나갈 것이다. 2045년 경이 되면 AI가 인간의 지능을 초월하는 '특이점(singularity) 시대'가 온다고 한다. 

 

최근 KAIST의 이광형 총장은 인문학의 중요성을 앞 장 서서 강조한다. 인문학은 인간의 본질을 이해하고,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데 필요한 지식과 능력을 제공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창의력과 협업’이 중요시되는 이유다. 창의력이란 AI가 할 수 없는 새로운 생각을 하는 것이다.

 

이광형 총장은 창의력과 함께 AI와 협업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사람과 사람의 협력이 중요하다. 하지만 앞으로는 사람과 AI의 협력도 중요하다.”

 

이 총장은 2017년 중국에서 있었던 '복식 바둑 경기'를 예로 들었다. '구리 9단과 알파고'가 한 팀이 되고, 다른 팀은 '렌샤워 8단과 알파고'가 다른 팀이 되어 대결을 벌였다. 결과는 대부분 바둑 기사들의 예상과 달리 렌샤워 8단과 알파고 팀이 승리해 충격을 주었다. 렌샤워 8단과 알파고가 서로 잘 협력했던 것이 승리의 원인이었다. 협업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주는 좋은 사례가 아닐 수 없다. 

 

그러면서 인간의 소외 현상에 대한 생각을 덧붙였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기 때문에 서로 대화하고 외롭고 힘들 때는 위로와 격려를 받아야 한다. AI 시대가 본격화되면 인간의 소외와 외로움이 더욱 커질 것이다. 인간 소외 문제를 방치하면 불안정한 사회가 된다. AI 시대가 무르익을수록 인문학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AI가 할 수 없는 영역이 어디인가? 바로 인문학이다. AI와 인문학이 협업할 때 보완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 AI 시대에 인문학이 더욱 중요해졌음을 인식하고 그 역할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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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12-07 15: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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