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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본지 기획총괄위원장, 전 동아일보기자



 





파니 옆 건물이 트럼프가 살고 있는 고급 주상복합의 트럼프 타워이다. 그 주변에는 불가리, 프라다, 피제, 아르마다, 크리스찬 디올 등 명품 가게가 에워싸고 있다. 이곳 5번가는 뉴욕에서 임대료가 가장 비싼 쇼핑거리여서 새로운 관광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2016년 겨울 트럼프가 대통령 당선자 시절 200여명의 경찰이 바리케이트로 트럼프 타워를 차단함으로써 교통체증은 물론, 성탄절과 연말연시 대목을 놓친 주변 상인들이 울상을 지었다. 뉴욕시는 하루 10억원이 넘는, 3500만불의 경호비를 연방정부에 청구하기도 했다.


 검정색 주상절리(柱狀節理) 같은 높다란 트럼프 타워에 들어서면 갑자기 엘도라도에 온 것처럼 황금 세상이다. 5층 높이 인공폭포가 금빛 벽면을 타고 흐른다. 6층까지는 상가인데 스타벅스만 제외하고 나머지는 트럼프가 모든 상호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황금빛 인공폭포가 벽면을 타고 흐르는 트럼프 타워


트럼프가 새겨진 각종 악세사리만 파는 가게가 있는데, 대통령선거유세 시절 트럼프의 선거구호 ‘Make America Great Again(다시 미국을 위대하게)'의 빨강모자가 가장 돋보인다. 26층까지 사무실이고 나머지 68층까지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등 명사들의 살림집인데 센트럴파크를 정원처럼 내려다본다고 한다.


 영화 ‘나홀로 집에 2’에서 트럼프가 카메오로 깜짝 출연해서 어린 케빈에게 길을 가르쳐 주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것은 그 촬영장소가 자기 소유 프라자 호텔이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여기도 트럼프가 불쑥 나타나 김정은과의 대담 뒷 얘기를 털어놓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센트럴파크 옆에는 자연사박물관, 구겐하임미술관, 휘트니미술관 등이 있지만, 뉴욕에서 반드시 찾아야할 명소는 메트로폴리탄미술박물관(MET)이다. 영국의 대영박물관, 프랑스 루브르, 러시아 에르미타주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4대 박물관으로 통한다. 입장료가 25불인데 65세 이상이라고 17불만 받는다. 


           뉴욕 최대 명소는 메트로폴리탄 미술박물관, 세계 4대 박물관 중 하나


MET는 1870년 철도부호 존스턴이 기증한 작품 174점으로 문을 연 후 금융재벌 J. P. 모건과 화장품 회사 에스티 로드, 백화점재벌 밴저민 앨트먼 등의 후원으로 300만점을 소장했으며 역사는 짧지만 거대한 자본에 힘입어 외양이 웅대하고 인테리어도 화려하며 소장품 내용도 알차다. 그 중 백미는 1층 이집트미술관 옆의 색클러윙에 있는 댄두르사원. 탁 트인 통유리 전시관을 제공한 색클러는 정신과의사로서 하버드대학 색클러박물관, 워싱턴 스미소니언 색클러갤러리 등을 제공한 자선활동가이다.


 유럽 박물관의 이집트 유물은 대부분 약탈품이지만 이곳은 아스완댐 건설지원에 대한 보답으로 이집트가 미국에 선물한 것이다. 예수가 태어나기 전인 로마 초대황제 아우구스투스가 지배할 때 세운 댄두르 사원에는 인간신체를 모두 보여주기 위해 상반신은 정면, 하반신은 측면으로 묘사한 것이 특이하다.


 2층의 아시아관에서 중국은 역시 대국다운 모습이다. 전시품도 다양하고 관객도 많다. 당.송나라 시와 서예만으로도 방 하나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에 중형 아파트만한 크기의 한국관은 초라하고 한산하다. 역대 정부마다 ‘문화강국’을 내세웠지만 구호뿐인 것 같다. 그나마 삼성문화재단의 지원으로 이 정도 체면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2층 아시아 관에 있는 한국관은 초라하고 한산해, 문화강국 구호 뿐


 원래 전시관람은 발품을 팔아야하지만, 이곳은 지쳤을 때 옥상정원의 카페테리아에 가면 센트럴파크의 밀림숲과 맨하탄의 스카이라인을 번갈아 보며 쉬게 되어 있다.


 한편 근.현대 작품을 보려면 세계 최대 현대미술관인 뉴욕현대미술관을 찾아야 한다. 모마(MoMA)라는 애칭으로 통하는 뉴욕현대미술관은 석유왕 록펠러의 부인 애비를 비롯한 세 명의 재벌부인들이 기부한 돈으로 세운 것이다. 1880년대 이후의 회화, 조각, 사진, 상업디자인, 건축, 영화, 게임 등 모든 영역을 아우르는 세계 최초의 현대미술관이다.


 공교롭게도 내가 뉴욕에 입성한 금요일 오후에는 무료개방이라 현대미술관부터 동선을 잡았는데, 작품구경 대신 사람구경부터 해야할 지경이었다. 우선 입구에서 등에 메고 있는 가방을 맡기든지 아니면 앞으로 메라고 한다. 원래 백팩(back pack)은 등에 지라는 뜻인데 앞쪽으로 돌리니 어색하고 불편하기 그지없다.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 가장 인기


 역시 가장 인기 있는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와 피카소의 ‘아비뇽 처녀들’, 살바도르 달리의 ‘기억의 지속’ 앞에는 한참을 기다려야 접근할 수 있었다. 명화를 배경으로 제각각 인증샷을 하다보니 시간도 걸리고 조용히 감상할 분위기가 아니었다. 


 뉴욕에는 미국을 대표하는 명문 아이비리그 컬럼비아대학이 있다. 1754년 영국왕 조지2세 칙허로 설립했기에 킹스칼리지로 출범했으나 독립 후 미국의 원래 이름인 컬럼비아(컬럼버스의 나라)로 개명했다. 즉 ‘미국대학’이라는 뜻이다. 


컬럼비아 대학은 국제정치의 핵심인 UN본부, 세계 금융중심지 월스트리트,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사 NYT, 문화예술센터 등이 주변에 있어서인지 하버드대학 다음으로 많은 노벨상 101명, 퓰리쳐상 123명, 아카데미상 28명을 배출했다. 미국 최대 부수의 신문 <뉴욕월드>사주 조지프 퓰리처의 유언에 따라 퓰리처상은 컬럼비아대학의 언론대학원에서 선정, 수상한다.


              루즈벨트, 오바마 등 역대 대통령 배출한 컬럼비아 대학


 컬럼비아 대학 출신 대통령은 ‘테디베어’로 유명한 시어도어 루즈벨트와 4번이나 대통령을 연임한 프랭클린 루즈벨트, 최초 흑인 대통령 버락 오바마가 있지만, 우리가 매일 만나다시피 하는 사람은 프랭클린 루즈벨트이다. 뉴욕 하이드파크 출생인 그는 대통령 재임시절 7대 대통령 앤드류 잭슨 기념관에 가던 도중 테네시주 내슈빌의 맥스웰하우스 호텔서 묵었다. 그는 근처 다방에서 배달받은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그 맛에 감탄하여 “Good to the last drop(마지막 한 방울까지 맛있다)"이라고 되뇌었다. 


 대통령의 찬사에 대한 보답으로 호텔주인은 호텔 로비에 커피숍을 내주었고 손님들의 반응도 아주 좋아 번창했지만, 얼마 후 그 호텔은 화재로 소실되어버렸다. 커피점 주인 조엘 치크는 없어진 호텔 ‘맥스웰 하우스’를 상호로 하는 커피회사를 창업하면서 모든 커피제품에 루즈벨트의 그 찬사를 넣었으며, 오늘까지도 그 감탄문이 광고카피로 이어오고 있다.


 컬럼비아 대학의 상징물은 웅장한 도서관 앞에 앉아 있는 지혜의 여신 미네르바의 알마 마터 동상이다. 그녀의 치마자락 깊숙한 곳에 지혜의 영물인 부엉이가 숨어있는데, 이 부엉이를 맨 처음 찾아낸 신입생은 수석졸업과 함께 졸업 스피치를 한다는 속설이 있다. 그래서인지 관광객들이 동상 구석구석을 뒤지는가 하면, 발등을 만지며 기념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다. 컬럼비아 대학 영문과를 다닌 우리나라 가수 박정현은 졸업식 때 학생대표로 미국국가를 불렀다고 한다.


  가수 박정현, 컬럼비아대 영문과 나와 졸업식 때 학생대표로 미국국가 불러


 ‘대학생활을 가장 하고 싶은 순위 1위’로 학생들에게 인기가 놓은 뉴욕대학교는 맨하탄 남쪽 도심 곳곳에 캠퍼스가 산재해 있다. 산학협동이 잘 되어서인지 취업률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대신 학비도 매우 비싸다. 뉴욕의 생활비를 감안하면 세계에서 가장 비싼 대학이 아닌가 한다. 뉴욕대학은 해외 12개 국가에 분교가 있으며 가장 많은 해외교환학생을 받고 있다. 


 영화 ‘인턴’ ‘아이리시맨’ 등으로 유명한 원로배우 로버트 드니로는 2015년 뉴욕대학교 예술대학 졸업식장에서 “여러분, 졸업을 축하합니다. 그러나 여러분, ×됐습니다(You are fucked)”라고 시작해서 폭소를 자아냈다. 고등학교 중퇴자인 드니로는 평생 형제처럼 지낸 마틴 스콜세지의 모교인 뉴욕대학이 취업1위인 것을 알면서도 연예계에 진출하다보면 오디션에 무수히 떨어지는 수모를 당할테니 실력을 키우고 좌절하지 말라는 뜻의 역설적 코믹 표현이다. 


가능하면 예술 대신 회계학 공부를 하고 꼭 예술분야 공부를 하고 싶다면 뉴욕대학에서 하라고 강조했다. 그의 연설은 KBS 9시 뉴스에 보도되었는가 하면, 2017년 EBS수능특강 영어지문에 fucked 부분만 삭제된 채 인용되기도 했다. 


            파슨스 디자인 스쿨은 세계 3대 패션 스쿨 중 하나


 또한 한국 학생들이 선호하는 파슨스 디자인 스쿨은 영국의 센트럴 세인트 마틴, 벨기에의 앤트워프 왕립 예술학교와 함께 세계 3대 패션스쿨이다. 사립학교라 연간 학비가 5300만원 정도라고 하니 4년 졸업까지 최소 5억원은 들어간다.


 저렴한 학비에 질 좋은 교육을 하는 뉴욕시티 컬리지는 공립대로서는 가장 많은 8명의 노벨상을 배출했기에 ‘프로레타리아 하버드’라고 한다. 할렘가에 위치한 이 학교는 흑인이 60%, 아시아계가 25%, 백인이 15%이며 콜린 파월 국무장관이 이 학교 출신이다.


 마크 트웨인이 미시시피강을 자유로(自由路)라고 했듯이, 미국의 가장 위대한 시인 월트 휘트먼은 허드슨 강을 ‘자유의 길’이라고 찬양했다. 미국 독립전쟁의 무수한 애환을 간직한 채 유유히 뉴욕만으로 흘러들어 오는 허드슨 강 하류에 미 육군사관학교 웨스트 포인트가 있다. '웨스트 포인트'는 조지 워싱턴이 독립전쟁 때 허드슨 강을 지키기 위해 세운 요새 이름이다.


   웨스트 포인트, 조지 워싱턴이 독립전쟁때 허드슨 강 지키기 위해 세운 요새 이름


 허드슨강을 바라보노라면 영화 ‘허드슨강의 기적’에서 155명의 생명을 구해 낸 설리 기장역할의 톰 행크스가 떠 오른다. 2009년 1월 15일, 라구아디아 공항을 이륙한 US항공 A320여객기가 이륙 4분 만에 새 떼와 충돌한 버드 스트라이크로 양쪽 엔진이 멈춘 비상사태가 발생했다. 


도심 상공이라 추락하면 대형 사고가 뻔하므로 노련한 기장이 “회항 명령을 어기고 허드슨강에 비상 착륙시킨 것은 인간애(人間愛) 때문이다”라고 청문회서 주장하던 당당한 모습의 그 톰 행크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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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12-21 17:3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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