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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식의 살며 나누며(11)- "나의 성공비결은 가난과 병약한 몸, 초라한 학력"
  • 기사등록 2024-01-03 15:3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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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객원교수, 철학박사





게 성공한 사업가에게 성공의 비결이 뭐냐고 물었다. 그는 자신이 성공하게 된 비결을,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것, 몸이 허약했던 것, 그리고 학교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것, 이 세 가지로 꼽았다. 

 

실패한 인생을 살게 된 요인이 아니라 성공의 요인으로 꼽은 것이 이렇다. 보통 사람이라면 이 세 가지 요소는 어느 하나만으로도 성공이 아니라 실패의 요인으로 지목하기에 충분한 것들이다. 다른 요소들은 웬만한 수준이 되는데, 단지 가난하거나 건강이 좋지 않아서, 또는 교육 받을 기회를 갖지 못해서 실제로 평균 수준의 삶도 살지 못하는 경우가 세상에는 너무도 흔하지 않은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의아해 하는 사람들에게 그는 이런 설명을 곁들였다. “저는 무척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덕분에 어릴 때부터 온갖 힘든 일을 하면서 세상 사는 데 필요한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몸도 대단히 허약한 아이였죠. 그 때문에 어릴 때 운동을 시작해서 꾸준히 하게 됐고, 그것이 결국 늙은 지금까지도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좋은 길이 되었습니다.” 

 

“아, 학교 교육 말입니까? 저는 초등학교조차 제대로 마치지 못했습니다. 4학년 정도까지 다니고 그만 둬야 했습니다. 학력이 그런 덕에 언제, 어디서나 배우려 달려들지 않을 수 없었어요. 정말이지 제가 만나는 모든 사람을 마치 선생님처럼 여겼습니다. 항상 뭐든지 물어보고 배우고 또 익히기를 꾸준히 해 왔습니다.” 

 

이 사람이 바로 마쓰시타 고노스케(松下幸之助, 1894~1989)다. 일본에서는 그를 ‘경영의 신’으로 추앙한다. 그는 경영은 그저 돈만 벌면 되는 일이라는 통념을 깨뜨리고 사람들의 행복에 기여하는 일종의 종합예술로 간주했다. 오늘날 마쓰시타의 생애는 2차 세계대전 패전국인 일본이 세계적인 경제 대국으로 발돋움하는 과정 그 자체였다고 평가 받는다.

 

마쓰시타는 참으로 불세출의 경영인이었음이 분명해 보인다. 아주 극적으로 꾸며진 드라마의 등장인물보다도 더 극적인 삶을 살았던 듯하다. 그렇지만 내 관심사는 경영인으로서의 마쓰시타가 아니다. 한 마디로 그의 삶 자체가 위대했다고 확신할 수 있다. 


숱한 역경과 엄혹한 여건들이 겹겹이 그를 짓눌렀지만, 그에 굴복하기는커녕 오히려 그런 요소들을 말 그대로 발전과 도약을 위한 디딤돌로 삼고 의연히 이겨내는 삶을 살았다. 이보다 더 긍정적으로 인생을 살았던 인물을 떠올리기가 쉽지 않다. 

 

흔히 ‘위기를 기회로 삼으라’거나 ‘시련을 약진의 발판으로 삼으라’고 주문한다. 그런데 말이 쉽지, 실제 인간의 의지나 정신력은 그리 강하지 못한 게 사실이다. 사소한 난관에도 동요되거나 나약해지기 쉽고, 안이한 길이나 편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유혹을 떨쳐내기가 어렵다.

 

그는 95세까지 장수를 누리면서 그야말로 멋지게 한평생을 살았다. 당초에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허약한 몸’도 그의 강인하고 강철 같은 의지와 진지함 앞에서는 강건하게 탈바꿈하지 않을 수 없었던 모양이다(그는 90세 때도 매일 냉수마찰을 하면서 건강을 관리했다고 전해진다). 강인한 의지는 물론이거니와 그가 노년에도 참으로 긍정적인 자세로 일관했음을 보여주는 다음 술회는 일상을 불평으로 채우면서 무사안일하게 살기에 바쁜 우리에게 경종을 울린다. 

 

“늘 젊게 살고 싶어도 나이 드는 것은 피할 재간이 없다. 그러나 몇 살이 되든 간에, 정신적으로는 젊은 시절과 마찬가지로 매일 새로운 희망에 부풀며 용기를 잃지 않고 자신의 사명을 이루기 위해 몰두하는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다. 청춘이란 결국 마음이 젊은 것이다. 신념과 희망이 넘치고 용기에 차 매일 새로운 활동을 계속하는 한, 청춘은 영원히 곁에 있다.”

 

독일의 문호 괴테는 “이 세상 사람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행복은 훌륭한 인격이다.”라고 말했다.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바로 그런 훌륭한 인격의 전형으로서 손꼽을 만하다. 분명히 그는 드높은 인격성을 성취함으로써 한 인간으로서 성공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틀림없이 고매한 인격을 갖춘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행복을 누렸으리라 짐작된다.

 

요즈음, 높은 지위나 명성, 부, 탁월한 재능을 지닌 사람들 중 일부의 인격은 초라하기 짝이 없음을 보여주는 일들로 심심찮게 언론을 장식하고 있다. 지위나 명성, 부, 재능에서는 수많은 사람이 선망하는 수준에 도달했지만 인격에서는 실로 한심한 상태임을 드러내는 경우가 흔하디 흔하다. 


씁쓸하고 서글픈 생각이 든다. 다른 한편으로는 우러러 볼 만한 인격이나 고결한 인품은 참으로 귀한 가치를 지닌 것임을 새삼스레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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